매일신문

"노골적 돈 요구도 있었지만…" 클린 이미지 정숙씨

"조합원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로 얼룩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2월 대구 한 조합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여성 후보로 나섰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정숙(57·사진)씨는 조합장 선거가 인물, 공약 중심으로 바뀌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합 구성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돈을 받지도, 바라지도 않는 조합원들의 신념이 서야만 혼탁한 조합장 선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한숨지었다. 선거 기간 내내 '클린'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돈 선거 제의를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돈을 쓰지 않으면 낙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가 그를 옥좼다. "선거 막바지에 일부 조합원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 적도 있어요."

결국 선거에서 패한 정씨는 "패배감보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돈 없이 조합장 선거를 치를 수는 있지만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들이 돈 선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무소불위 조합장 권한을 꼽았다. "조합장은 막강한 권력만 있고 책임은 없어요. 농협에 큰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조합장에 유리한 선거 방식도 병폐로 지적했다. 한번 조합장에 오르면 임기 내내 표밭 관리를 할 수 있어 다음번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 내 식물 감사 기능도 꼬집었다. "조합장이 하는 일은 며느리도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대부분 조합의 경우 조합원이 감사를 보는 탓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합장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정씨는 "느리지만 조금씩 돈 선거 문화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최소한의 경비를 들인 제가 2등을 했어요. 이는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 살포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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