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경산시장 자초한 레임덕

최병국 경산시장이 공직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기소되고 임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경산시에 '레임덕'(임기 종료를 앞둔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이르는 말)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최 시장이 경북도민체전 참가자에 대한 선물제공과 관련, 공직선거부정방지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시작된 '레임덕'이 요즘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경산시 일부 간부들은 외부인을 만날 때면 최 시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거나, 시장 측근으로 불리는 일부 간부는 최 시장의 마지막 사무관급 인사를 앞두고 시장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승진 대상자 및 인사구도를 짤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무원들의 줄서기 양상이 노골화하고 있다.

시청 한 사무관은 업무관계로 만난 사람에게 "시장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등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또 다른 일부 간부는 시장 출마예상자로 거론되는 인사에게 시청내 분위기를 샅샅이 전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곧 있을 사무관 승진 및 보직인사를 앞두고는 최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시장에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편중된 의견을 전달하면서 실세 간부들에게 줄서기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청 안팎에서는 몇몇 인사들의 친분이나 사사로운 이익에 맞춘 파행인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 시장은 최근 "6월까지는 누가 뭐래도 내가 시장"이라며 "업무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 시장의 '레임덕'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측근들이 시장의 눈과 귀를 막으며 시정을 주물러 왔는데도 최 시장은 이를 간과했다.

최 시장은 취임 후 공직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지만 일부 사무관급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골프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모 과장은 이에 아랑곳없이 골프를 즐기면서 골프 금지령은 지난 4년간 '헛구호'에 그쳤다.

이에 대해 대다수 시청 직원들은 "실세로 알려진 측근에게만 줄을 서면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문제"라며 "최 시장은 그동안 눈과 귀를 막아온 측근들을 배제한 공정한 인사로 추락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경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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