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의 안방마님 진갑용 선수는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다. 탁월한 투수 리드와 수읽기, 도루 견제 능력까지 포수에게 요구되는 3박자를 모두 갖춘 그는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가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위 타선의 4번 타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찬스에 강하고 장타력도 보유하고 있다.
공수를 겸비한 진갑용 선수는 삼성라이온즈 전력의 핵이다. 늘 안방이 불안했던 삼성라이온즈는 1999년 진갑용 선수를 두산에서 데려왔다. 이후 안방이 안정되면서 마운드의 안정과 타선의 체질 강화로 이어졌다. 이런 연쇄적 반응에 힘입어 삼성라이온즈는 2002년 한국시리즈 처녀 제패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삼성라이온즈 우승의 일등공신이 바로 진갑용 선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팬들은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었다. 공에 맞아 왼팔이 골절되면서 사실상 시즌을 접었기 때문. 경기 출장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각종 기록도 떨어졌다. 57경기에 나서 142타수 33안타, 3홈런, 20타점, 타율 0.232에 그쳤다. 진갑용이라는 이름 석자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그는 올해 36세이다. 20대가 주도하는 프로야구 판에서 고참이다. 삼성라이온즈 선수 중에서는 양준혁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그는 호랑이 해를 맞이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삼성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팀 성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저와 팀을 위해 2010년 화려한 부활을 하겠습니다."
삼성라이온즈는 2009시즌을 마친 뒤 좌완투수 장원삼 영입을 제외하고 뚜렷한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삼성라이온즈를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진갑용 선수는 "프로야구 선수는 경기에 나가면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당연히 올 시즌 목표도 우승입니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 진갑용 선수가 부진했던 지난해 삼성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현재윤 선수와 시즌 도중 두산에서 급히 수혈된 채상병 선수가 번갈아 마스크를 쓰며 경기에 투입됐지만 진갑용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부족했다. 당연히 포스트 진갑용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는 "저를 대신 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은 것은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포수를 지망하는 선수들이 없습니다. 그만큼 자원이 빈약한 자리가 포수입니다. 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후배들이 빨리 성장해 삼성라이온즈의 안방이 든든해졌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또 "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언제 그만두어야 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시기는 없습니다. 다만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초라한 성적을 낸 뒤 밀려나듯 그만두는 것보다 좋은 성적을 낸 뒤 스스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고 싶습니다. 은퇴 후에는 가능하면 지도자로 야구계에 남고 싶습니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 야구를 시작한 까닭에 야구는 진갑용 선수 인생에서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를 통해 그는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야구는 희생입니다. 개인의 희생 없이는 경기를 이길 수 없고 우승할 수 없습니다. 홈런 타자라도 때로는 개인 욕심을 버리고 희생 번트를 댈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야구입니다."
흔히 프로야구 선수는 팬들의 응원을 먹고산다고 한다.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진갑용 선수는 "지난해 응원해 준 삼성라이온즈 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도 경기장을 찾아 열심히 응원해 주십시오. 좋은 경기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며 희망찬 2010년 시즌을 예고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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