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벌기업·연구소·명문대 '싹쓸이'…"해도 너무한다"

정운찬 총리, 李 대통령에 '초안' 보고

정운찬 국무총리가 6일 청와대에서 주례 보고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수정안 '초안'을 보고했다. 11일 예정인 수정안 발표에 앞선 정 총리의 마지막 세종시 관련 보고였다.

정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제출한 '초안'은 A4 용지 70쪽 안팎의 분량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기업 등이 들어서는 구체적인 위치까지 표시된 새로운 토지이용계획과 조감도 등이 포함됐다. 9부2처2청 이전 등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목표로 한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고 대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통한 첨단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2020년까지 육성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아울러 세종시의 자족도를 높이기 위해 유치하는 기업과 대학·연구소·병원 등에 대한 토지, 세제, 재정 지원 방안도 들어갔다. 특히 정 총리는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들의 명단을 함께 보고하면서 세종시를 '차기 실리콘밸리'라는 국제적 평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세종시 입주 기업과 관련, A기업에 165만㎡(50만평)를, 다른 B기업에 66만㎡(20만평) 등을 제공하겠다고 보고했다. A기업은 삼성전자, B기업은 웅진을 각각 가리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세종시에 5년간 5천억원을 투자하는 신규사업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사업을 제안했으나 정부는 고용 및 파급 효과 등을 감안, 최소 2조원대의 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나 LCD사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구조와 제작법을 모방해 복제약을 만드는 사업이다.

중견기업인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와 케미컬·코웨이 등의 2공장과 연구개발센터의 세종시 입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효성그룹은 기술연구소 등 연구기관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K그룹도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수종사업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한화그룹은 태양광사업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연구개발(R&D)센터의 세종시 입주를 정부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 분야의 입주기관은 아시아기초과학연구소와 중이온가속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도시를 세종시로 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개발연구원·국토연구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6개 국책연구기관도 부처 이전 백지화에 관계없이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분야에서는 고려대가 다양한 학문을 함께 연구하는 융복합캠퍼스를, KAIST가 '세종시 분교'를 설치할 것으로 보이며 서울대는 융합과학 관련 대학이나 연구소를 세종시에 신설하는 방안을 놓고 추가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이 같은 방안이 완성되면 경제편익은 원안보다 최고 50배, 교육편익은 4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11일 발표시 기업 명단도 들어가도록 하겠다"며 "기업과 대학 유치가 90% 정도 진행됐고 현재는 디테일한 사항을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 유치와 관련해 "여러 개의 기업이 지원을 했고 그 중 몇 개를 (유치)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제시한 원칙에 어긋나는 기업도 있어 그 부분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이 대통령이 외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자족 용지를) 많이 비워놓으라고 강조했다"며 "적어도 100만평 이상은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신(新) 세종시 계획'에 따른 세종시의 자족용지는 400만~450만평 규모다.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세종시 발표 연기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선 "더 나올 게 뭐가 있다고 발표를 연기하겠느냐. 나는 정치적인 계산은 잘 못하는 사람"이라며 11일 발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8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8차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최종 확정하는 것을 계기로 전방위적 여론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 및 최고위원들은 8일 청와대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며, 10일에는 총리 공관에서 당정청(黨政靑) 고위 회의가 예정돼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당정청 회의는 정부가 만든 수정안을 당에 설명하고 당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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