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법률] 유언이라 해서 모두 유언이 아니다

자필증서, 작성연월일'주소'이름'날인 있어야 효력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준비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엔 이른바 '유언 사이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죽음을 앞두고 남긴 말'이라고 해서 전부 유언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임종 때, 자식들 모아놓고 하신 말씀이면, 그게 유언이지 뭐 별 게 있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유언으로 재산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는 대신 '반드시 5가지 방식 중 하나를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유언 때문에 가족끼리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적잖은 요즘, 한번 쯤 귀 기울여 들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산이 많은데다 자식들까지 많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가장 간단하고 접근이 쉬운 방식을 원한다면 '자필증서' 유언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의 필체로 직접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유언장은 증인이 필요 없고,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종이 한 장과 볼펜 하나만 있으면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작성 연월일, 주소, 이름을 쓰고 날인을 해야 하는데, 그 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무효이다. 특히 자필이 절대적 요건이어서 다른 사람이 대필하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 이러한 다섯 가지 요건을 전부 갖춘 완벽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일단 쉽지 않고, 작성했다 하더라도 유언자가 죽은 후 진위논란이 있을 경우 필적감정 등 복잡한 절차를 또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아예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권하고 싶다.

물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증인 두 사람을 데리고 신분증까지 챙겨 공증인 사무실로 가는 일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불분명한 유언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끼리 다툼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그 정도의 수고는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른다.

박정호 변호사 lawmeo@korea.com 053)215-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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