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요리서와 종가마다 전승되고 있는 음식, 민간에서 전해오는 음식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온주법 등에는 음식을 대하는 법, 조리법이 다양하게 전해 온다.
특히 안동지역은 유교문화와 불교문화가 함께 융성했던 곳으로 양반가문의 상차림은 물론, 제철 먹을거리들로 가득한 불교음식들이 오롯이 전해오고 있다.
안동시와 안동시발전협의회, (사)경북미래문화재단은 이같은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낸 '안동 式, 안동 食'을 세트메뉴로 개발해 상품화하고 고가체험과 문화관광 프로그램에서도 안동의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전통음식을 현대인의 가치와 상황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이 가운데 으뜸으로 주목한 것은 퇴계 선생의 식생활이었다. 검소하고, 소식을 즐겨한 퇴계의 식단은 우리시대 건강식으로 규정될 수 있고 음식을 대하는 철학적 자세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활인정식'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안동지역 음식을 엮어서 새로운 식단을 규정하기 위해 '양반정식'을 개발했다. 숱한 명문대가들이 지금까지 집안의 대표적 음식들을 전해오고 있다. 이들에게 으뜸의 하나가 '접빈객'(接賓客)이었던 만큼, 이를 위한 '주안상'도 세트상품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안동지역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불교음식에 주목했다. 그래서 안동의 산나물과 열매를 활용한 '사찰음식'을 개발했다. 이러한 사찰 음식은 제철음식과 산채들을 주로 사용하는 등 지역 토산물을 잘 활용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한옥과 고가들이 즐비한 안동지역에는 고가를 체험하려는 발길들이 잦다. 이 프로그램의 취약점은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목해 이들이 고가를 체험하고 아침에 지역 특성과 건강을 생각할 수 있는 '향토도시락'으로 식사를 즐긴다면 더없이 즐거운 고가체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동 食, 어떻게 개발했나
퇴계의 식사법을 살린 '활인정식'에는 7첩 이상을 사용하지 않고 양도 적게 하는 소식, 고기를 조금만 사용하는 채식 중심의 식단으로 개발했다. 안동지역의 재료를 사용하고 식초를 사용하는 반가의 특성과 제철음식을 사용하거나, 발효식을 주로 활용했다.
'양반정식'은 화려하고 접대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개발했다. '선비 주안상'은 지역의 술과 안주로 깔끔하고 단아한 내용으로 담아냈다. '사찰정식'은 불교 식생활을 반영하고 지역의 토산물과 지역문화성을 담고 있는 식단으로 만들었다.
도시락형 식사는 지역의 채식을 중심으로 국과 나물이 있으며 한옥에 어울리는 목재 도시락으로 꾸몄다.
마지막으로 주목한 것은 밥상과 그릇이다. 밥상 역시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의 품격 있는 상으로 만들었다. 그릇 역시 음식의 종류에 맞게 깔끔하거나 멋스러움을 담도록 만들어내 '음식 맛'의 마지막을 장식하도록 했다.
(사)경북미래문화재단 권두현 이사장은 "안동음식의 가치를 맛과 상품으로 규격화해 일정한 유통과정을 거칠 때 안동을 찾는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며 "안동의 음식은 이제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도록 적극적인 상품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퇴계는 늘 건강을 생각하며 바른 먹을거리, 바른 식생활을 강조했다. 퇴계가 쓴 활인심방(活人心方)은 몸을 보호하고 기를 원활하게 하는 체조로 그가 얼마나 건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활인심방에서는 퇴계의 건강식을 살펴볼 수 있다. 측백나무잎탕'지황술'우유죽'녹각죽'마죽'마국수 등이다. 퇴계는 절도 있는 식생활을 강조했다. 신맛과 쓴맛'단맛'매운맛'짠맛 등 다섯가지의 맛이 과하면 장부에 손상을 입힌다 했다.
이에 따라 '활인정식'은 퇴계 선생의 장수비결을 담은 식생활과 선생이 먹었던 식단을 반영해 채식 위주의 건강식단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반찬 가짓수는 늘려 당시보다는 풍성하게 꾸몄다. 안동지역에서 많이 나는 마, 씀바귀, 당귀, 두부 등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 웰빙 향토식단으로 만들었다.
◆안동 '양반정식'과 '주안상'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는 궁중법도가 엄격했으며 음식을 먹는 예절과 상차림의 격식도 엄격했다. 이 같은 격식은 양반층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주었다.
1800년대 쓰여진 '시의전서'(是議全書)는 이 같은 양반들의 식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는 양반가문의 식생활에 대해 조리법과 함께 5첩반상, 7첩반상, 9첩반상, 신선로상, 술상, 곁상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다.
이 같은 양반가들의 조리방식을 고수해 안동의 특산물이자 예부터 주식처럼 먹었던 마를 고급 메뉴화하고 저장음식에 강한 안동의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안동양반들이 큰손님을 대접할때 내놓았던 실제 음식을 비롯해 안동에서 전해오는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의 조리법을 반영한 음식과 반건조한 생선을 양념한 찜요리 등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향토화했다.
여기에다 손님 접대에 빠질 수 없는 술상을 간결하면서도 깔끔하게 개발해 냈다.
◆자연을 먹는 '사찰음식'
사찰에서 수행자들이 먹는 사찰음식은 정적인 상태에서 마음을 닦기에 필요한 기를 보충하는 음식이다. 한마디로 '선식'(禪食'정신을 맑게 하는 음식)이다.
사찰음식의 특징은 사찰마다 독특한 조리법이 있다. 산야초를 음식으로 먹고 육식과 오신채,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 만드는 과정을 수행의 한 방법으로 삼았다.
'사찰정식'의 모든 식재료를 안동의 산과 들에서 채취해 말리고 볶고 다져 깔끔하고 담백하게 구성했다. 사찰정식은 육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를 피하고 대신 두부와 견과류 등으로 대체했다.
연자팥밥과 늙은 호박국, 돼지감자 장아찌, 연근말차 찹쌀찜, 단호박 깻잎튀김, 부각과 우거지 볶음 등이 본식으로 장만되고 후식으로 사과차가 곁들여진다.
이 음식은 슬로 푸드의 대표격으로 안동의 토속적인 식문화와 식재료를 사용하고 발효 소스 개발을 통해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사계절 메뉴로 구성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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