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 2의 도시 오사카에서 규슈로 이어지는 주고쿠 지방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야마구치현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로 주고쿠 산맥이 뻗어 있어 바다와 산 모두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적고 기후가 대체로 온난해 사람들이 살기 좋은 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주고쿠 지방은 한국의 동해와 접해 있어 예로부터 한국과 관련이 깊었던 곳으로 시마네현의 이즈모 지역을 다스렸다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령인 스사노오노미코토(須佐之男命)는 고대 신라신인 우두천왕(牛頭天王)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세토내해를 통해서는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되었던 조선통신사가 왕래하기도 하였다.
혼슈 서쪽 끝 간몬 해협을 접하고 있는 항구 도시 시모노세키는 에도시대 때 혼슈의 관문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메이지시대 때 국제적인 항만으로 발전한 곳으로 가장 큰 볼거리는 간몬 국도 터널과 함께 1973년 11월 개통된 혼슈와 규슈를 연결하는 길이 1천68m, 높이 61m, 폭 26m의 대형 현수교인 간몬교이다.
간몬 해협에 웅장하게 서 있는 간몬교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가라토 지구가 제격인데 이곳에 들렀다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 가라토 시장이다.
가라토 시장은 시모노세키의 시민들은 물론이고 기타규슈의 요리사들도 이용하는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일본 제일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복어를 비롯해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들을 사고파는 경매를 구경할 수 있으며 시장 안에서 판매하는 싱싱한 해산물을 사용한 초밥, 어묵, 회, 튀김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시장 앞쪽에 마련된 산책로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며 먹을 수도 있다.
야마구치현의 현청 소재지인 야마구치는 무로마치 시대에 교토를 동경한 영주 오우치씨(大?氏)에 의해 교토 문화가 깃든 곳으로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교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서쪽의 교토라 불린다.
많은 유적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우치 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루리코지 오층탑으로 일본 3대 명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주고쿠 산맥의 끝자락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 쓰와노는 에도시대 때 번영을 누렸던 곳으로 지금도 시가지에는 일본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에도시대 당시의 거리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산인(동해에 면한 혼슈 서부지역을 지칭)의 작은 교토'라 불리며 주말이면 일본 현지인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쓰와노 관광의 중심인 도노마치 거리에는 흰 벽을 따라 고풍스런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거리를 따라 이어져 있는 수로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일본에서 세번째로 큰 도리이(鳥居'전통적인 일본의 문으로 신사의 입구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기본적인 구조는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양 기둥 꼭대기를 서로 연결하는 가로대가 놓인 형태)인 선명한 빨간색의 쓰와노 오토리이가 우뚝 서 있다.
쓰와노의 언덕 위에 자리한 다이코다니 이나리 신사는 일본 5대 이나리 중 하나이자 일본에서 '이나리'라고 표기하는 유일한 신사로 상업번창의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연일 많은 참배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쓰와노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방법은 아름다운 외관과 우아한 내장을 갖추고 있어 '귀부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증기기관차 SL 야마구치호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철도의 왕국인 일본 열도 전역을 우렁찬 벨소리와 함께 힘차게 달렸던 증기기관차는 근대화와 국철의 도입으로 의해 1950년대부터 폐지되기 시작해 SL 야마구치호 역시 1973년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후, 증기기관차 팬들과 지역 주민들의 열망에 따라 1979년 8월 1일 다시 부활하게 된 SL 야마구치호는 1937년부터 201량 제조된 C571형으로 신야마구치 역을 출발해 유다온천, 오우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야마구치, 아름다운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조몬 협곡을 지나 쓰와노에 이르는 약 2시간 동안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싣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현재 총 5량의 객차로 운행 중인 SL 야마구치호는 각 객차별로 전망차 스타일, 서구 스타일, 쇼와 스타일, 메이지 스타일, 다이쇼 스타일로 꾸며 놓아 희망하는 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도와 준다.
야마구치현과 인접해 있는 규슈의 유후인, 구로카와, 우레시노와 같은 유명 온천 마을에 가려 상대적으로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하긴 하지만 야마구치현에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역사 깊은 온천들이 많다.
야마구치현의 많은 온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온천은 야마구치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유다온천이다.
산요지방 제일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유다온천은 무색투명의 알카리성 단순 온천으로 약 800년 전 상처를 입은 흰 여우가 이곳의 온천물에서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유다온천 역에는 전설의 흰 여우 상(높이 8m)이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으며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면 도달하는 중심가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아시유(족탕)가 5군데 설치되어 있어 여행자들의 피로를 풀어 주고 있다.
유다 온천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온천이라면 나가토 유모토 온천과 다와라야마 온천은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온천이다.
동해와 맞닿아 있는 나가토시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나가타 유모토 온천은 야마구치현을 대표하는 온천마을 중 한 곳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산속에 오토즈레(音信)라고 하는 조그마한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작은 온천 마을로 현지인들은 그냥 유모토온천이라고 부른다.
오에이 34년(1427년) 다이네이지사의 주직정암 선사가 스미요시 신과 우연히 만난 후 선사와의 대화에 감명을 받은 스미요시 신이 그 답례로 온천을 솟아나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곳으로 지금도 원천은 절의 소유로 되어 있다.
유모토 온천에는 저렴한 요금(140엔)으로 입욕이 가능한 시영공중욕탕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한곳은 서민들이 사용하던 '온토' 공중탕, 또 다른 한곳은 승려들이 사용하던 '레이토' 탕이었다고 한다.
유모토 온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다와라야마 온천은 야쿠시뇨라이(약사 여래)의 화신이었던 흰 원숭이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신경통'류머티스'아토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일본 제일의 요양형 온천 마을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좁은 길을 따라 36채의 전통 여관이 늘어서 있어 유카타(일본 전통 의상)를 입고 외탕(공중탕)을 오가는 일본 전통 온천가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2004년 12월에는 족탕, 침탕, 노천탕, 애완동물탕 등 여러 가지 건강 지향을 목적으로 한 온천요양시설인 '하쿠엔노유'가 오픈해 요양을 목적으로 하는 많은 현지인들이 찾고 있다.
유모토 온천과 다와라야마 온천이 울창한 산림 속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니시나가토 리조트의 노천온천은 아름다운 바다를 가로지르는 쓰노시마 대교와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온천이다.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 쓰노시마 섬을 연결해주는 쓰노시마 대교는 길이 1천780m의 교량으로 주변의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와 잘 어우러져 있어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로케이션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곳이다.
최근에는 일본 인기 그룹 'SMAP'의 멤버이자 배우인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드라마 'HERO'나 일본 승용차인 렉서스 광고에도 등장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으로 야마구치현 관광 홍보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SL 야마구치호, 출발전 운행시간 확인을
SL 야마구치호는 매일 운행하는 정기편이 아닌 지정된 날짜만 운행하는 특별편이기 때문에 출발 전 미리 운행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여야 하며 전 좌석이 지정석이기 때문에 미리 예매를 하여야 한다.
신야마구치역에서 쓰와노까지 다녀오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라면 신야마구치역에서 유다온천역이나 야마구치역까지의 짧은 구간을 탑승해 보는 것도 좋다.
시모노세키, 다양한 복어요리 유명
시모노세키에 들렀다면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중 하나인 복어를 꼭 먹어보자.
일본 최대 어획량을 자랑하는 곳이니 만큼 회, 튀김, 냄비요리 등 복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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