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드셨어요?"
설날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떡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이 다가오면 떡방앗간은 동네 사람들로 북적였다. 떡방앗간 주위로 쌀 찌는 구수한 냄새가 풍겼고, 순서를 기다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을 받아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와야 차례상 준비가 끝났다. 지금은 북적거리는 떡방앗간의 풍경을 접하기 어렵고 떡의 인기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떡은 우리 민족의 입맛과 풍습을 이어가는 중요한 음식이다. 최근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옷을 갈아입으면서 그동안 케이크와 과자에 빼앗겼던 지위를 되찾아가는 모습도 보여 반갑다.
▶밥 위의 떡= 떡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곡물 음식이다. 쌀은 밥으로 해도 좋고 가루로 내어 떡으로 해도 좋은 곡물이다. 밥은 솥이 일반화된 후 주식으로 이용됐고, 떡은 밥짓기보다 훨씬 앞서 잔치 의례명절 음식으로 발전했다. '밥 위의 떡'이라는 속담처럼 먹을 것이 많지 않았던 시대에 떡은 귀한 음식이었다. 부귀(富貴)와 수복(壽福)을 기원하는 길상(吉祥)무늬를 비롯해 장수와 해로를 뜻하는 십장생(十長生), 봉황 이외에 동물무늬, 태극 무늬, 빗살 무늬 등 새겨지는 문양도 다양한다. 이런 문양은 좋은 일, 궂은 일, 돌, 회갑 등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사용됐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지만 떡에 새긴 문양만 봐도 우리 조상의 격조 높은 음식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떡국으로 건강과 풍요 기원=설날에는 반드시 떡국을 먹었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엽전 모양의 하얀 떡국은 가래떡을 썰어 만든 것이다. 가래떡은 추석 때 먹는 송편과 달리 색깔이 없다. 하얀색은 신성하고 부정이 없는 깨끗함에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의미해 모든 것을 포용하고 융화시키는 뜻을 담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과 지고함, 진실됨을 나타내며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집안 행사에 많이 썼던 백설기 역시 쌀에 곡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은 조상이 흰쌀로 떡을 빚어 만들면 부정이 들지 않는다고 여겼다. 길게 늘여 만드는 것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식구들이 한 해 동안 병을 앓지 않기를 빌었고, 장수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 기다란 가래떡을 동그란 엽전 모양으로 썰어 한 해 동안 재복이 있기를 기원했다. 떡국은 오늘날의 패스트푸드에 해당하는 음식이기도 했다. 국물을 따로 해 놓고 손님이 오면 떡을 넣어서 그때그때 내주면서 정을 나눴다.
▶다양한 떡, 골라 먹는 재미까지 솔솔=떡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곡물가루에 고물을 얹어 가며 켜켜로 안쳐 쪄내는 설기떡, 곡물을 알맹이 그대로 찌거나 가루를 내 찐 다음 절구에 놓고 쳐서 만든 절편과 인절미, 곡물가루를 반죽해 모양을 만들어 기름에 지진 것으로 빈대떡과 전병, 송편류처럼 빚어 찌는 떡, 단자처럼 쪄서 고물을 묻히는 떡, 경단처럼 빚어 삶아 고물을 묻히는 떡 등 다양하다.
떡가루로는 맵쌀가루와 찹쌀가루 외에 수숫가루, 감가루, 석이버섯가루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감가루를 이용하고자 할 때는 생감의 껍질을 벗기고 심과 씨를 없앤 다음 얇게 저며 바싹 말린 후 바로 빻고 체로 쳐서 가루로 만들어 냉동 보관해 필요한 만큼 사용한다. 떡고물로는 팥고물, 녹두 고물, 파란 콩고물, 흰 콩고물, 참깨 고물, 흑임자 고물, 밤 고물, 대추 채, 밤 채, 석이 채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건강과 영양을 생각해 차잎을 이용한 설기떡, 콩가루, 우유를 사용한 영양 증편 등이 있다.
맛과 모양, 색상이 다양한 떡은 방부제를 사용하기 않고 만들기 때문에 건강식인데다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도움말=김미옥 대구보건대 건강다이어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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