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하면 각질층 메마른 신호…최선은 피부보습

▲정전기는 전압만 높을 뿐 전류는 아주 짧은 순간만 흘러 큰 부상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피부에 자극을 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습도를 높이면 정전기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정수철(32)씨는 겨울이 싫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정전기 쇼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정씨는 "손끝이 어딘가에 닿을 때면 '따닥' 하는 소리와 함께 찌릿한 정전기 쇼크가 발생해 놀랄 때가 많다"며 "악수도 못하고, 문고리를 잡을 땐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보거나 소매로 대어 본 다음에 슬며시 손으로 잡는다"고 했다.

손지영(28'여)씨도 정전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손씨는 자동차 문을 열 때는 물론이고 옷을 입고 벗을 때도 '찌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정전기에 불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자려고 이불을 들출 때도 '딱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했다.

정전기는 겨울철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정전기에 자주 쏘이는 사람들은 문고리 잡기도 망설여진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정전기는 공포 수준이다. 놀라서 손을 뒤로 빼다 팔꿈치를 벽에 부딪혀 다치기도 하고, 들고 있던 그릇을 떨어뜨려 깨는 것도 다반사다. 정전기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

◆전압 높지만 몸엔 해롭지 않아

정전기(靜電氣'static electricity)는 말 그대로 전기가 한 물체에서 금방 다른 물체로 이동하지 않고 머물러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정전기는 물체가 서로 마찰할 때 발생해 마찰전기라고 부른다. 건조한 공기 중에 미처 흡수되지 못한 전기가 적절한 유도체를 만나면 한꺼번에 방전되면서 순간적으로 전기 충격을 일으킨다. 마치 침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며 어두운 곳에서는 불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작은 벼락' 같은 정전기는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두려움을 준다.

정전기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정전기가 뿜어내는 순간 전압은 수천~수만V에 이른다. 현관 손잡이에서는 3천~6천V, 겨울 외투 4천~8천V, 자동차 손잡이 4천~1만V, TV브라운관은 1만~1만4천V의 순간 전압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간 전압이 이처럼 높지만 감전 위험은 없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류의 1천100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는 220V로 전압은 낮지만 전류가 높아서 계속 전기가 흐르면 사고로 이어진다.

정전기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잘 느낀다. 여성은 2천500V만 되어도 정전기를 느끼지만 남성은 4천V 이상이 돼야 정전기를 느낀다. 뚱뚱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 땀이 많고 몸이 따뜻한 사람보다는 몸이 차고 건조한 사람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노인들이 정전기 피해를 더 많이 호소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영남대병원 피부과 김기홍 교수는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은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이 메말라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며 "정전기가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부 자극에 민감한 아토피 환자의 경우 피부와 주변의 건조함으로 인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건조함이 정전기 부른다

겨울철에 정전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낮은 습도 때문이다. 겨울은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이기 때문에 정전기가 발생하기 쉬운 최적의 습도가 된다. 또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수분과의 접촉이 적어져 정전기 발생을 부추긴다. 습도가 높을 때는 수증기를 통해 수시로 방전돼 발생이 줄어들지만 건조하면 공기 중에 흡수되지 못하고 모여 있다가 한꺼번에 방전되는 것이다.

자동차 문을 열 때 자주 일어나는 것은 자동차가 달리면서 공기와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합성섬유로 만든 치마가 자꾸 몸에 붙는 현상은 마찰에 의해 생긴 반대 전하의 인력 때문에 생긴다. 머리를 빗을 때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솟구쳐서 원하는 모양이 안 나오는 것은 머리카락에 척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전기 발생을 줄이려면 물체 사이를 전기가 잘 통하는 도선으로 연결해주면 된다. 정전기가 생기면 위험한 유조차가 쇠사슬을 땅에 끌고 다니는 것은 차와 땅 사이를 도선으로 연결해 정전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