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도서관, 사서가 없다…책대여점 전락 우려

있어도 대부분 비정규직 , 대출 반납 외 권한 없어

대구시내 학교 도서관이 사서 채용을 외면하고 있다. 사서가 아예 없거나 비정규직 인력이 넘쳐나 독서 프로그램 개발과 장서 보관 및 선정 등 사서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도서관이 도서대여점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 대구에서는 동일초등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도서관을 갖고 있으나 사서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곳은 초교 9곳, 중학교 11곳, 고교 3곳 등 23개교에 불과하며 그나마 모두 공립학교다.

나머지 학교는 대구시교육청 사서 보조교사 지원금에 의존해 계약직 사서보조교사를 두고 있지만 학교 재정을 확보하지 못해 고작 수개월 채용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대구시교육청은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83개 학교에 사서보조교사를 지원했다. 계약직 사서보조교사 1인당 1천50만원(8개월 기준)의 인건비가 드는데 12학급 이하 학교에 1천만원, 13~24학급 학교에 800만원, 25학급 이상 학교에는 600만원씩 지원했다. 나머지 비용은 학교에서 부담하는 형식이었다. 빈약한 재정 탓에 겨우 4개월짜리 계약직 사서보조교사를 뽑은 학교까지 있었다.

계약직 사서 채용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구인난도 심각했다. 달성군 등 오지 학교에서는 사서보조교사 확보가 어려워 사서 자격이 없는 사람을 채용하기도 했다. 모집자격 요건을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해 놓았을 정도다.

올해 역시 사서교사 구인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대구시교육청은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26억1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보다 100여곳 늘어난 383개교에 사서보조교사를 지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서보조교사들도 낮은 보수와 계약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학교 근무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대구 동구의 한 초교에서 사서보조교사로 일했던 이모(25·여)씨는 "3월부터 시교육청이 사서보조교사 고용비용을 학교에 지원하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일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한달 급여는 고작 100만원 안팎. 일용직으로 임금이 계산돼 출근하는 날에만 4만2천여원이 계산됐다.

대구 달서구의 한 초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사서보조교사 이모(25·여)씨 역시 "말 그대로 '대출·반납·장서 정리' 업무만 맡았다"며 "계약직인 탓에 학교에서 독서 프로그램 진행 권한을 주지 않아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교사 총정원 때문에 정규직 사서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절름발이 행정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털어놨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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