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대학 투자규모 18조…원안보다 2배 늘었다

정부가 11일 발표한 '세종시 발전 방안'의 핵심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자족기능 유치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첨단·녹색산업을 키우고, 창조적 인재 육성과 연구기반 조성을 위한 우수대학을 유치해 '먹고 살거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확정된 투자 규모(대학 포함)도 원안의 9조5천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7조9천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2030년이던 도시조성 계획 완료 시점을 2020년까지 10년이나 앞당길 방침이어서 대구경북 등 각 지방에 골고루 돌아가야 할 국비의 '세종시 집중화'가 우려된다.

◆첨단과학연구 거점지구 조성

정부의 발전방안에 따르면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된 세종시에는 기초과학연구원, 융복합 연구센터, 중이온 가속기 단지, 국제과학대학원 등과 한국개발연구원(KDI)·국토연구원 등 16개 국책연구기관이 들어선다.

정부는 이들 핵심 과학시설을 입주시켜 산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연구와 생산이 결합된 '신(新) 비즈니스 모델 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 이에 따라 삼성·한화·웅진·롯데 등도 신재생 에너지, LED응용, 탄소저감기술 등 첨단·저탄소산업을 입주시킬 계획이며, 연구인력 공급을 위해 고려대와 카이스트가 들어간다. 서울대는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학원과 연구 기능 위주로 운영하도록 하고 신성장동력 분야에 한해 교수·학생 정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성 계획안에 따르면 세종시 서쪽에 마련된 340만㎡ 규모의 '첨단과학연구 거점지구'에는 6천100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한다. 또 기초과학연구원과 융복합연구센터 6천469억원, 중이온가속기 4천600억원, 국제과학대학원 2천465억원, 연구개발(R&D) 투자 2조1천927억원 등 총 3조5천487억원이 투자된다. 고용인력은 기초과학연구원 2천300명, 중이온가속기 500명, 국제과학대학원 1천명이다. 이밖에 측지관측원, 국립수목원, 미국 스미소니언, 독일 태양광 인포센터가 입주한다.

특히 중이온을 다른 원자핵에 충돌시키는 장치인 중이온가속기는 물질의 특성을 바꾸는 능력이 있어 '연금술'에 비유될 정도로, 대구경북이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신소재 산업분야에 곧바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산업 육성에도 세종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세종시에 녹색산업 분야 대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끌어모으는 등 '녹색 도시'로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솔라시티'와 '발전용 연료전지 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대구경북의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입주 기업·대학 인센티브

자체적으로 토지 조성을 희망하는 50만㎡ 이상 투자자에게는 개발비가 들어가지 않은 원형지 형태로 3.3㎡당 36만~40만원 수준으로 공급한다. 개발 조성된 부지를 원하는 기업에게는 인근 산업단지와 비슷한 50만~100만원에 공급한다. 대학도 같은 수준이며 연구소는 인근지역과 혁신도시 공급가격을 감안해 100만~230만원으로 책정됐다.

조원동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원형지 개발방식은 개발자가 사업특성에 맞게 부지를 직접 조성하므로 소규모로 공급하기는 어려워 50만㎡ 이상의 대형용지만 원형지로 공급한다"며 "인근산단의 평균 공급가격에서 개발비용을 빼고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소득·법인세는 기업도시 수준의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하고, 취·등록세와 재산세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15년간 감면이 가능하다. 이는 혁신도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세수 기반이 없는 점을 감안, 세종시 출범 전에는 지방비 부담분을 100% 국고로 지원하고 출범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지자체 분담분을 증액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외국의료기관 및 외국인 전용 약국의 개설이 허용되고, 기업에는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우선채용의무도 면제된다.

이 같은 세종시의 기업·대학에 대한 '특혜'는 대기업 유치와 교육특구 조성에 목을 매고 있는 대구경북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의 세종시 쏠림 현상이 집중되면 혁신도시, 대구테크노폴리스, 국가산단,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지역의 기업 유치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또 국내 학교는 물론 외국인 학교와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특혜 부여로 인해 교육특구를 꿈꾸고 있는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지역 균형발전?

정부는 ▷과학비즈니스 벨트 ▷5+2 광역경제권 및 혁신·기업도시 ▷충청권 3대 문화권 연계를 통해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확산된다고 밝혔다.

우선 오창 과학산업단지, 오송 생명과학단지, 대덕 특구 첨단 융복합응용연구단지 등 충청권 주요 과학산업거점을 과학비즈니스벨트의 기능지구로 지정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C(Center)벨트'를 구축한다. 세종시의 기초과학 역량과 비즈니스 기반을 활용해 기능지구와 시너지효과를 창출한다는 것.

나아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과학분야 핵심연구시설, 생산시설 등을 공동활용하고 활발한 인적 교류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K(Korea)벨트'도 구축한다. 지역별로 국제과학기술원의 대형 시설·장비 이용자그룹을 구성하고 과학벨트 예산 중 1조7천억원은 전국에 R&D 비용으로 투자한다. 정부는 세종시를 거점으로 한 과학비즈니스도시의 성공으로 대구·울산의 영남과 광주·서남권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기존의 5+2 광역경제권 및 혁신도시, 기업도시,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대구·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공동 발전하는 체계를 만들 방침이다. 세종시와 타 지역이 상호 보완·발전할 수 있도록 공간적 기능적 '쌍방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 경우 신약 및 첨단의료기기 개발, 임상시험 연구개발의 인프라를 공동 이용하고, 혁신도시의 경우는 특화기능별 협력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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