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요. 같은 물건에 연락처가 2개죠? 그런데 전화해보면 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무등록·무자격 중개업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8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동 한 도로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이사가 전봇대 아래에 붙은 부동산 매물 광고를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광고물은 풀칠을 해놔서 잘 떨어지지도 않아요. 흉물이 되기 십상이죠. 이런 식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데 한달에 1천만~2천만원을 번다고 하니 공인중개사들이 억울할 수밖에요."
무등록·무자격 중개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1만명 이상의 무등록·무자격 중개업자가 무차별 불법 광고물을 게재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공인중개사협회 동구지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동구청 '옥외광고물 명예감시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불법 중개업자들을 단속해야 할 구청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 한 관계자는 "담당직원이 1명뿐이라 360여개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관리하기에도 벅차다"며 "무등록 중개업자들을 적발해도 딱 잡아떼기 일쑤라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경수 대구공인중개사협회 동구지회장은 "10여명 정도는 회원들의 감시에도 아랑곳없이 불법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들이 탈루의 온상이 되고 있어 국세청에도 강력한 단속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무등록 중개업자의 불법 광고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예산 낭비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해 불법광고물을 제거하기 위해 투입된 희망근로 인력만 700여명에 이르며 모두 31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대구 도시디자인총괄본부 송영재 도시경관 담당은 "지정 장소 이외 광고물 부착은 불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는 한 불법 광고물을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은 불법 중개행위로 인한 세금 탈루와 문제가 발생해도 소비자 피해 보상이 불가능한 점 등을 들며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 정용 지부장은 "IMF 이후 등록 안 된 중개업자들이 급증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며 "불법 중개행위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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