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구룡포 출신 KBS 백승주 아나운서

웬만한 일엔 꿈쩍도 않는 뿌리부터 기질까지 경상도

백승주 아나운서가 빨간색 상의를 입고 KBS 본관 건물 홀 계단에서 포즈를 취했다.
백승주 아나운서가 빨간색 상의를 입고 KBS 본관 건물 홀 계단에서 포즈를 취했다.
백승주 아나운서가 KBS 본관 밖 선큰가든에서 눈이 내린 정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백승주 아나운서가 KBS 본관 밖 선큰가든에서 눈이 내린 정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포항 출신 팔방미인 중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한 이를 뽑는다면? 기자는 두말없이 KBS 백승주 아나운서를 꼽겠다. 실제 만나보니 더 그렇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재즈 보컬에 그림까지 잘 그린다. 단순히 취미 수준이 아니다. 재즈는 포항 축제 때 무대에 나서 불렀을 정도며, 그림도 그렸다 하면 집안의 큰 창문 크기 이상 대작으로 그린다.

실제 백승주 아나운서가 휴대폰으로 찍은 자신의 그림을 보여줬는데, '와! 이 정도면 수준급 작품'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올해나 내년쯤 개인전시회도 열 예정이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좋은 작품을 많이 본 편"이라면서 "그래서 '내가 한번 그려보면 어떨까'해 시작했는데 남들도 굉장한 실력이라고 칭찬하는 편"이라고 쑥스러워했다.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는 아나운서나 방송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당당하게 밝히며,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그것을 강하게 어필하라"고 조언한다. 또 대학 신입생 시절 너무 대책없이 지냈던 점 등 자신의 잘못했던 점도 솔직하게 털어놓아 학생들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수요일에 비교적 방송이 적은 편이라 이달 6일 점심식사를 겸해 3시간가량 백승주 아나운서를 여의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음식도 잘 먹었고, 생각보다 더 소탈했으며, 기자의 썰렁한 농담도 잘 받아쳤다. 팔방미인의 매력 속으로 잠시 빠져보자.

◆'×'표 치며 선택한 직업, '아나운서'

백승주 아나운서는 76년생 용띠며 포항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나온 완전 포항 아가씨다. 구룡포 쪽에서 태어나 구룡포초교-포항여중-포항여고를 나왔다. 부모님 역시 지금도 포항에 살고 계신다. 학창시절 때까지만 해도 예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공부도 잘해 한양대 독문학과(95학번)에 입학했다. 대학시절에는 특별히 뭘 하겠다는 꿈 없이 1, 2학년을 보냈다.

백 아나운서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로 1년간 유학을 떠났다. 열심히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수십가지의 직업을 빈 종이이 쓴 뒤 하나씩 '×'표 해가면서 좁혀나갔다. 몇 개의 직업만이 남았는데 그 중에 최종 선택된 게 '아나운서'였다. 이때 나이는 벌써 26세. 여자로서는 늦은 편.

하지만 백 아나운서는 한번 마음먹은 이상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해 KBS 공채는 마감이 돼 응모하지 못하고 삼척MBC에 첫 둥지를 틀게 됐다. 첫 방송을 하는데 '아! 이거구나. 너무 신나는 일이잖아!'라고 강한 필(feel)을 받았다. 그는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아나운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비행기에서 한 선택은 정확했고, 삶의 최고의 선물이었던 것.

그는 다음해 KBS 공채에 떡하니 합격했고, 창원KBS 지방근무를 거쳐 지금은 8년차 아나운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고참 아나운서인 이금희가 부러울쏘냐. 백승주의 전성시대는 이미 활짝 열리고 있다.

이어 대구경북에 대해선 "경상도 사람들이 다소 다혈질이면서 솔직하게 표현하잖아요. 그런 특징이 우리 지역을 다이내믹하게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상상플러스 진행, '오락프로는 좀 그래요'

백승주 아나운서는 10개월가량 KBS 인기 프로그램 '상상플러스'를 진행했다. 뉴스, 라디오, 교양프로에서 첫 탈출을 시도한 것. 톡톡 튀는 개그맨이자 방송MC인 이휘재, 탁재훈, 신정환과 화려한 대중스타들 가운데서 MC로서 중심을 잘 잡았다. 하지만 너무 튀는 프로그램인지라 좀 오버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애로를 많이 겪었다. 그는 "앞으로 오락프로는 가능하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좋았던 점도 말했다.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던 백 아나운서는 상상플러스 시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소리를 지르는 등 유명세를 치른 경험도 기분좋은 듯 털어놨다.

현재 백 아나운서는 2년 동안 진행한 오후 8시 뉴스를 거쳐 오전 9시 30분 뉴스, 과학카페(금요일), TV는 사랑을 싣고(토요일), 라디오 프로그램 '책 읽어주는 사람' 등 4개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이 프로그램 끝나면 곧 다른 프로그램 녹화에 들어가고 아나운서실에서 해야 할 업무도 적잖다. 또 한국외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어 특강도 나가야 하고, 준비도 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아나운서가 직업이기 때문에 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하고픈 일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백 아나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은 편이다.

백 아나운서가 9시 뉴스 앵커로 투입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결혼 소식도 올해나 내년에 전해질지 모르겠다.

◆'별명은 없어요', 혹시 ODF(?)

밥 먹으면서 별명을 물었더니 별명이 없단다. 기자가 즉석에서 지어줬다. '오하이오 더블페이스'(Ohio Double Face). 오하이오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돌변한 백승주 아나운서의 여러 가지 이중 매력을 봤기 때문이다. 백 아나운서는 "무슨 턱도 없는 별명이냐"며 면박을 줬다. 기자가 느끼기엔 백 아나운서는 이중 매력을 가진 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그는 또 성장과정에서도 배포가 컸다. 부모님은 딸의 수능시험 날짜를 모를 정도로 무감각했고, 공부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웬만한 일에도 당황하지도 않고, 크게 심적으로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매사에 별로 아등바등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면은 방송할 때 큰 장점이다. 크게 긴장하거나 떨거나 하지 않으니 시청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 속에 감춰진 경상도 기질도 고백했다. 그는 "저는 서울 깍쟁이가 아니라서 사람을 대할 때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잘 동(動)하지 않는다"며 "남자를 보는 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아나운서는 1남 2녀 중 막내며, 공무원인 오빠와 시집간 언니가 있다. 점심이 같이 먹으면서 본 그녀의 솔직한 매력은 생각만 해도 기자를 흐뭇하게 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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