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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팝아트와 문화 팝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였던 사르트르(J.P. Sartre)는 아방가르드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아방가르드는 그가 창조해낸 것보다는 그가 거부한 것에 의해 더욱 잘 정의내릴 수 있다." 예술가들이 그릇된 구조를 갱신하기 위해 채택한 전위적 전략은 다름 아닌 '폭로'였다. 소외·폭력·억압으로 대표되는 위선적인 구조에 대해서 그것의 폐해와 그늘을 모조리 까발리는 것으로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구호만으로 창조된 실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진부한 위선과 소외, 폭력, 그리고 억압과 부정직한 결탁을 거부하는 것(실천)에 의해서만 비로소 순수성과 선명성이 드러나는 이유이다.

앤디 워홀로부터 비롯된 팝아트는 대중들이 일상에서 사소하게 지나치는 대상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며 대량생산과 소비사회의 탐욕을 대리하여 표현했다. 중국의 동시대 미술에서 정치 현실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장샤오강, 위민준 등의 작업을 '냉소적 정치 팝아트'라 한다면 한국의 1990년대 이후 작가 세대의 작업은 그들의 연령대가 이 사회를 보는 잣대와 관심의 대상을 탐색해 볼 수 있는 '문화적 팝아트'(culture-pop art)라고 말할 수 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많은 사물과 계층들의 관계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흐르며, 때로는 서로 상응하여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 속에 함께하지 않거나 존재하기 어려운 것들의 만남을 통해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유의미가 또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이러한 문화적 충격이나 소외 현상을 직설적 노출보다는 은유적으로 작품에 옮겨가는 김준식, 김인 같은 제3세대 작가에서 보이는 '문화 팝'은 개성적인 오브제의 선택, 공간 배치, 시각적 색감대비로 보여주는 지극히 감성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작업의 연장이다. 너무나 익숙하고 대중적인 오브제들의 상징화를 통해 그들의 개념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미지 그 자체만으로도 대상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해학, 그리고 명료한 색채 톤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시선과 감성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작가 주변의 일상적 삶이 정치·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상징화의 이미지를 통해 논리적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가운데 자신의 진솔한 삶을 투영한다.

'문화 팝'은 소비와 탐욕, 제도·권력, 악의적 법이 실행하는 폭력과 파괴적 문명화를 안티테제로 내재화하여 그 거름의 자양분으로 키운 실천의 나무이며 파괴의 문명을 생명의 문명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미래 세대를 위한 예지적 전망을 타전할 수 있는 꽃이다. 그 발산하는 미적 이미지와 건강한 에너지는 개념으로 고정되거나 관념화되기 이전의 상태로서 역동적 미학이며, 어그러진 분열과 긴장을 통합으로 아우를 조화와 화합의 한마당이다.

갤러리소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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