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년만에 벗겨진 무면허 음주운전 누명

경찰의 엉터리 조사와 검찰의 방관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무면허운전 혐의를 뒤집어썼다.

대구지법 제7형사단독(판사 김수영)은 15일 무면허운전(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회사원 A(45·대구 북구)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08년 11월 26일 오후 9시 7분쯤 경기 파주시 P아파트 후문 앞길에서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약 1㎞가량 화물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현장 단속을 통해 A씨를 적발하고 신원 확인 및 무인(지장) 날인을 거쳐 검찰에 송치했으나 A씨는 "누군가 내 이름과 주민등록증번호를 도용했다"며 "내 무인이 아니며, 무면허운전을 한 사실이 없다"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열람한 검찰 서류에 따르면 당시 무면허운전자는 현장에서 음주운전 단속 중이던 금촌지구대 순경에 적발돼 파주경찰서에 넘겨졌다. 그러나 파주경찰서 확인 결과 당시 담당 경찰은 무면허운전자의 신분증 확인 없이 단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에 근거해 무인을 찍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지청 역시 경찰이 송치한 사실 관계를 그대로 믿고 2008년 12월 A씨를 약식기소했다.

이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1월 30일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했다. A씨는 2개월 뒤 형과 함께 파주경찰서와 고양지원을 차례로 방문해 "무인 날인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호소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A씨는 운전면허가 없어 수사기관의 오해가 더 깊어진 것이다.

당시 동행한 A씨 형은 "경찰서에 직접 찾아갔으나 담당 경찰조차 만나게 해 주지 않았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또 "재판정에서 동생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경찰 조서상 지문과의 대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오히려 '사진이 흐릿하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오라'고 해 무죄 입증에 시간이 더 걸렸다"고 억울해했다.

결국 A씨 측은 '대구지법 사건 이송'을 고양지원에 신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대구지법 재판부는 A씨 측 의견을 반영해 파주경찰서에서 날인된 지문과 실제 A씨 주민등록상 지문 대조를 대구지검 측에 요청했고,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감정 결과 동일인이 아님이 밝혀졌다. 또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사건 발생 시각 A씨가 대구 북구에 있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15일 판결문에서 "경찰은 A씨가 아닌 성명불상자에 대해 무인을 날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가 운전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

A씨 측은 "파주경찰서의 무성의한 조사, 고양지청 및 고양지원의 방관적 행태 때문에 1년이나 억울하게 고통받았다"며 "지난해 재판 중 고양지원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며 곧 대구지법 이송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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