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2주간만 얌전하게 시간을 보내면 25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 최저 시급 4천110원. 하루 8시간, 15일간 일을 하면 49만3천200원. 그렇다면 250만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거기에 일도 매우 간단하다. 죄수복을 입고 2주 동안만 모의 감옥에서 죄수 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세끼 밥이 나오고, 운동 시간도 있고, 목욕도 할 수 있다. 겨울 노숙자 입장에서 보면 호텔이나 다름없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대학 건물 지하에 가짜 감옥을 만들었다. 조립식 벽으로 감방을 만들고, 실험실을 개조해 가로 2m, 세로 3m의 감방 세개를 만들어 쇠창살을 달고 검은 색의 문을 달았다. 벽장을 처벌 독방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신문에 광고를 냈다. 가장 정상적이고 건전한 사람 21명을 선발해 그 중 절반을 간수로, 절반을 죄수로 뽑아 역할 분담을 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였다. 짐바르도가 알아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간수는 단시간에 혹독한 감독관의 역할에 빠져들었고, 이튿날 죄수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찢고 감방에 바리케이드를 치며 반발했다.
36시간이 지난 뒤 한 죄수는 히스테리 증상을 보여 석방시켜야만 했다. 그 뒤 극도의 정서 불안, 울음과 분노, 격렬한 불안 등으로 4명이 또 석방됐다. 짐바르도는 원래 이 실험을 2주간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6일 만에 실험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의 감옥실험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독일영화 '엑스페리먼트'(2002년)이다. 영화를 보면 인간이 환경의 영향에 얼마나 나약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한번도 교도소에 다녀온 적이 없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잔혹하게 죄수들을 통제했고, 결국 죄수들은 지독한 심리적 혼란이 가중되고, 감옥은 오줌 냄새로 가득 찬 생지옥으로 변한다.
지진의 여파로 아이티가 생지옥으로 변했다고 외신들이 타진하고 있다. 약탈과 방화, 살인으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이다.
짐바르도는 실험을 통해 '썩은 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썩은 상자가 사과를 썩게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른바 악마 효과, 루시퍼 이펙트이다. 아이티가 겪고 있는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의 후폭풍을 루시퍼 이펙트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재난 속에 모두가 인간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고, 재난을 통해 위대한 감동 스토리 또한 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것은 재난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용기다. 재난은 인간성을 실험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련일 뿐이고, 그것은 힘든 경제 위기 속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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