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려되는 사법부 압박

법원의 잇단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도를 넘고 있다. 판결을 내린 해당 판사와 법원 내 모임에 대한 색깔 공세가 퍼부어지고 항의 시위에서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대법원과 서울 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인민재판소' '좌익 척결' 등의 구호가 등장했고 대법원장의 사진이 들어간 피켓이 불태워지기도 했다. 출근하는 대법원장의 차량은 계란 세례를 받았다. 사법부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모습들이다.

항의 시위는 해당 판사의 집 앞에서도 벌어졌다. 판결과는 무관한 가족과 이웃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항의 표시다.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여당 내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섬뜩하다.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는 '숨죽인 정권 붕괴 세력에 홍위병식 광풍을 몰고 올 죽창을 쥐여 준 꼴'이란 표현까지 했다.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를 옹호해야 할 집권 여당이 기대에 어긋나는 판결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이고 반이성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강기갑 의원 국회 내 폭력 사건이나 전교조 간부 시국선언 사건 및 MBC PD수첩 사건 등의 무죄 판결은 찬반 이견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나 법규 해석 및 적용을 두고 이번 판결과 상반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지적은 설득력이 적잖다. 특히 소속 회사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상급심도 이를 인정한 부분까지 외면했다는 주장은 무죄 판결이 과연 합리적이고 적절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사법 절차가 3심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급심이 사건의 실체를 잘못 판단하거나 법 적용의 오류를 범했을 경우 그 불합리성을 상급심에서 다투라고 한 것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 개인의 호불호는 물론 소신에서도 독립하라고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한 불만도 이해할 만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 펼쳐지는 항의의 표시는 자칫 '사법 테러'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과격 시위에 대한 검찰의 엄정 수사 표명이 아니더라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자숙이 요구된다.

판결 결과에 대한 과격하고 흥분된 불만 표시는 역풍을 불러온다. 판결 시비를 사법부 울타리 밖에서 해결하려다간 판결의 잘잘못보다 시위의 당'부당이 화두가 된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논의해서 고쳐야 한다. 막말과 과격 행동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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