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뒷집에 돼지불알 삶더라
좀 주더나~ 안 주더라~
뒷집에 찌~ 찌~ 지린내 나더라~"
예전부터 시골서 구전되어 오던 아이들 '소리'이다. 30여년 전만해도 산촌에서 육고기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명절이나 되어야 동네에서 돼지 한 마리 잡는다. 이웃에 잔치라도 있어 돼지를 잡을라치면 오줌보를 얻어 바람을 넣고 공삼아 차고 논다.
공으로 차던 오줌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5일장 맛집이 있다. 고령장 먹자골목 초입에 있는 '가는날이 장날'. 현대화 시설로 정돈된 고령장으로 들어서서 고기 굽는 연기가 나는 곳으로 가면 제대로 찾은 것. 식당 앞에 천막까지 한 동 치고 7개의 연탄화덕을 늘어놓고 실내는 네 개의 탁자가 놓여있는 단출한 식당이다.
석쇠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는 고기들은 돼지 불알, 심낭, 콩팥, 머릿고기와 촌로들이 '칠성판'이라 부르는 삼겹살 안쪽 지방질 따위의 뒷고기들이다. 다소 도톰하게 먹기 좋도록 썰어져 나온 고기들은 별다른 양념 없이 왕소금을 툭툭 쳐서 굽는다. 이 때문에 고기는 맛이 차지면서도 씹을수록 돼지고기 본래의 맛이 배어난다. 씹는 미감은 깊은 살집 맛이 나면서도 육즙이 넉넉하고 육고기 특유의 약간 비린맛과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돼지고기는 이래야 제맛'이라는 장꾼들의 입맛에 10년도 안된 가게가 문전성시이다.
때문에 자리마다 장보러 나온 촌로들이 차고 앉아 구운 뒷고기를 안주로 소주잔을 건네며 정담을 나눈다. 소주 안주로 더 이상 안주는 찾기 쉽지 않을 터. 몇몇 사람은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섰다.
"처음에는 돼지국밥만 하다가 뒷고기가 아까워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데요. 고기 장만에 손질이 많이 가요. 사나흘 장만해서 하루 장사하니 일하는 품값이나 나오는가 모르겠소."
주인 이필점(52)씨는 수입이 짭짤하겠다는 질문에 손을 내저었다. '가는날이 장날'에서는 역시 돼지고기 뒷고기를 넉넉하게 넣은 돼지국밥도 별미다. 석쇠구이 한판 1만원. 돼지국밥 4천원. 054)954-3835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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