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 스펙쌓기 올인…텅 빈 계절학기

개설과목 대폭 줄어 신청포기 학생도 증가

대학 졸업반인 김모(24)씨는 방학 때마다 계절학기를 듣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공부했으나 이번 겨울방학에는 혼자 공부하고 있다. 친구들이 해외 어학연수나 봉사활동, 기업 인턴,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두 학교를 떠났기 때문이다.

방학 때마다 계절학기와 특강으로 북적였던 지역 대학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들이 각종 자격증, 어학공부 등 취업준비에 올인하면서 계절학기 수강생이 줄면서 강의실이 텅 비고 있는 것. 여기다 나빠진 경제사정으로 학생들이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나서면서 학교를 외면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 경우 겨울방학 계절학기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5.3% 줄었다. 이 대학에서는 어학분야를 제외한 계절학기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계명대는 지난해보다 11개 더 많은 61개 겨울학기 강좌를 개설했지만 등록 학생은 45명 느는 데 그쳤다. 대구한의대는 아예 계절학기 개설 과목을 지난해 18개에서 올해 5개로 줄였다.

계절학기를 신청했다 포기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지역 한 대학의 경우 계절학기 신청 포기율이 10%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22)씨는 "학점당 7만원을 훌쩍 넘는 수강료 탓에 계절학기 두 강좌만 수강해도 차비에 식사비용까지 합쳐 1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 수강을 포기했다"고 했다. 정모(20)씨는 "학원에 다니기 위해 수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겨울방학을 맞아 취업이나 어학, 자격증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방학기간 동안 교내에서 스펙(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을 쌓는 것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다 전문적인 학원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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