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화상(布袋和尙)은 중국 후량(後梁) 때의 선승으로 법명은 계차(契此)다. 뚱뚱한 몸에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다녔는데, 커다란 자루를 둘러메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사람들은 자루를 메고 다니는 그를 포대화상이라고 불렀다. 그는 무엇이든 얻은 것을 자루에 넣어 보관했기에 자루에는 늘 장난감, 과자, 엿, 쌀 등이 가득했다.
포대화상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번뇌는 거두어 자루에 담고, 자루에 든 기쁨과 희망을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그가 가는 곳은 어디나 번뇌가 사라지고 희망과 기쁨이 넘쳤다.
근래 불교계에서는 종종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순례기도회'를 '21세기 신(新)포대화상'이라고 부른다. 선묵 혜자스님(서울 도선사 주지)의 별명 또한 '포대화상'이다. 스님과 5, 6천여명의 신도들은 2006년 10월 통도사를 시작으로 3년 동안 40여개 산사를 순례해왔는데, 가는 곳마다 번뇌가 사라지고 기쁨과 희망이 싹트기 때문이다.
'108순례기도회' 신도들은 궂은 날씨와 젖은 땅, 먼 길을 가리지 않고 걸었다. 지금까지 4천km를 걸은 셈이다. 가는 곳마다 농촌사랑운동의 하나로 우리 농산물 팔아주기, 군장병 위문, 지역내 효자 효녀들에게 효행상 시상, 다문화 가정 주부들과 인연 맺기, 자연보호 운동으로 쓰레기 줍기, 지역내 학생 대상 장학사업 등을 펼쳤다.
'21세기 신(新)포대화상'을 맞이한 사찰과 지역민들은 "올 겨울날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매회 6천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한 되씩 가져오는 쌀만 60~70가마에 이르고, 신도들과 지역민들이 맺는 인연이 두툼한 목도리가 되어 추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각 사찰 순례기도회 때마다 신도들이 선행을 실천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일 100원씩 한 달에 3천원씩을 포대화상 저금통에 모은 돈이다.
'21세기 신(新)포대화상'들의 선행에는 종교 구분이 없다. 지난해 연말에는 수천명의 산사 회원들이 서울역에서 구세군과 함께 모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때 모은 돈은 모두 구세군에 전달했다. 또 코미디언 배삼룡씨가 흡인성 폐렴과 사업 실패로 병원비를 염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포대화상 저금통을 통해 모은 보시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두 차례에 걸친 뇌졸중으로 11년째 고생하고 있는 병신춤의 공옥진 여사에게도 역시 1천만원을 보시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선묵 혜자 스님과 신도들이 한 달에 한 사찰씩 108개 사찰을 찾아가 108배를 올리고 108번뇌를 소멸하며, 108 공덕을 쌓으며 108염주를 만들어 인연공덕을 쌓아 가는 신행 단체이다. 기도회 때마다 5, 6천명의 불자들이 버스 108대를 타고 산사를 방문해 법회를 연다.
이들의 순례는 각 사찰과 지역민들을 도울 뿐만 아니라 스스로 돕는 순례이기도하다. 순례기도 기간 동안 느끼고 생각한 바를 순례기로 기록하고,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고, 수행을 통해 자기 안의 부처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8년에 붓다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성지 안에 처음으로 한국 불교 기념비를 제막했으며, 2009 경북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에 대거 참석,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돕기도 했다.
한편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순례기도회'는 지난 주 목요일(21일)부터 토요일까지 경북 문경시 운달산의 사찰 김룡사 순례기도회를 열어, 기도와 사랑나눔, 염주보시, 군장병 위문, 효행상 시상, 장학금 전달, 다문화 가정 인연 맺기, 아이티 지진 피해자 구호 모금행사 등을 펼쳤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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