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은 지금]경북도 운영 '찾아가는 산부인과'

"홀몸도 아닌데…원정진료 고생 벗어나 기뻐요"

▲경상북도가 산부인과가 없는 경북지역 임신부들을 찾아가 진료하는
▲경상북도가 산부인과가 없는 경북지역 임신부들을 찾아가 진료하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이 임신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원정진료 고생길에서 벗어나서 너무 기쁩니다. 홀몸도 아닌데 인근 도시 병원으로 산전진찰을 받으러 갈 때면 태아에게 위험이 갈까봐 조마조마했거든요. 이젠 집 근처로 산부인과 이동 진료소가 찾아와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걱정도 덜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이달 19일 청도보건소 앞 주차장. 낯선 버스 한 대로 임신부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었다. 이날은 경상북도가 대형버스를 개조해 만든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청도지역 임신부를 찾는 날이다.

◆집 근처로 '산부인과'가 찾아와요

박미옥(38·청도군 풍각면 화산리)씨는 이날 임신 20주인 둘째 아이의 산전진찰을 받으러 왔다. 박씨가 찾아가는 산부인과의 진료를 받는 건 이번이 세번째다. 박씨는 이날 초음파와 태아기형 검사를 받았다. 박씨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는 너무 예쁘다면서 웃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대구까지 가야 했다. 남편과 함께 1시간 가까이 걸려 병원에 다녀오면 피곤하기 일쑤였다. 남편도 일을 못하고 함께 병원에 가야 해 부담이 됐지만 이제는 시름을 덜었다. 박씨는 "청도에는 산부인과병원이 없어서 경산이나 대구로 가야 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를 받은 임신부 중에는 결혼이주여성도 많았다. 지난해 결혼해 청도로 온 캄보디아인 순찬보라(19·청도군 각남면 사리)씨는 같은 마을에 사는 베트남인 레티튀안(23)씨와 함께 진료소를 찾았다. 현재 임신 8주인 순찬보라씨는 이날이 처음 진료다.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레티튀안씨와 함께 왔다고 했다. 레티튀안씨는 "대구에 있는 병원에 가려고 해도 남편이 바빠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청도에 이동 산부인과 진료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에게 권했다"고 했다.

캄보디아인 초예반나(20·청도군 금천면 동곡리)씨도 이날 시어머니 김입자(68)씨의 손을 잡고 이동 진료소를 찾았다. 김씨는 "경산이나 대구로 진료받으러 갈 때는 며느리가 고생했는데 이제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우(33·사진) 안동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은 "다문화가정 임신부들은 가족계획에 대한 교육과 산전진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안타깝다"면서 "최소한 한달에 한번 병원을 찾아 산전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시설 부럽지 않아요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경북도가 안동의료원에 위탁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농어촌 임신부들을 주기적으로 방문, 진료하기 위한 것이다.

4억6천만원을 들여 제작한 차량에는 X선 흉부촬영기와 초음파 진단기, 심전도기 등 최신 시설이 장착돼 있다. 임신부들은 차량 안에서 초음파·기형아·임신성 당뇨·혈액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내부 공간도 임신부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과 다름없는 환경으로 꾸몄다.

경북에는 출생아 감소로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많다. 경북도에 따르면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은 군위 의성 영양 영덕 청송 고령 성주 예천 봉화 등 9곳에 달한다. 청송과 칠곡의 경우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이 불가능하다. 이들 지역의 임신부들은 대구나 인근 도시에서 원정 진료와 출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부인과가 없는 9개 지역의 임산부 수는 지난해 말 현재 1천217명에 불과해 산부인과 병·의원이 폐업하거나, 개업을 꺼리고 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해당 지역 임신부는 많아야 월 1차례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아쉽다는 반응이다. 현재는 임신 초기부터 임신 36주까지 1명당 모두 14차례의 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다시 인근 병원으로 원정진료를 받으러 가야만 한다. 진료횟수를 늘려 임신부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도 이순옥 보건정책과장은 "인근 산부인과 병·의원이 먼 예천과 봉화지역은 한달에 두번 진료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경북 군지역 및 소도시지역에는 산부인과 병·의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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