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국에서 갑작스럽게 제기된 한나라당의 조기 전당대회 논란은 휴일을 기점으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조기전대론'을 먼저 제기한 '친박'이나 당주류인 친이계와 정몽준 대표 등 당내 제 세력들이 모두 현 시점에서의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섬에 따라 조기전대론은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추진 상황과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 내 권력 구도 변화 등 정국이 요동칠 경우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는 폭발성을 갖고 있다. 특히 당내 개혁적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과 '통합과 실용모임' 등이 "이대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조기전대론을 공론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주목된다.
◆친이계=청와대와 친이계 등 당주류 측에서는 '조기 전대론'을 차단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25일 '일회성 해프닝'이라면서 "진지하게 검토된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도 2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문제 등이 코앞에 있는데 조기 전대론은 당의 결속과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이계가 이처럼 조기전대론에 반대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줄 경우 세종시 수정안 처리는 물론이고 향후 정국이 급속도로 박 전 대표 페이스대로 흘러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몽준 대표=정 대표는 '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다. 그는 23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조기전대를 할 수 있으나 나라와 당 안팎에 풀어야 할 현안이 많은 만큼 현 시점에서 조기전대가 적정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승계 대표'라는 한계를 벗어나 여권의 대권주자로 홀로 서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피할 생각이 없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은 24일 "지금은 세종시 말고도 여러 국가적 현안이 많은 만큼 정 대표가 이 시점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형태로 조기전대를 하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보스포럼 참석과 2022 월드컵 유치 활동을 위해 25일 스위스로 출국했다.
◆친박계=친박계도 일제히 조기전대론 반대로 돌아섰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24일 "친박 측에서 조기전대 검토 운운한다는 말이 있지만 근거가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이며 박 전 대표는 그와 관련해 말을 한 적도 논의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다른 측근 인사도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전대 출마 가능성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친박 측이 서둘러 조기전대론 차단에 나선 것은 세종시 정국이 조기전당대회 논란으로 옮아갈 경우 핵심 현안인 세종시 수정안 논란의 본질이 여권 내 권력투쟁 구도로 변질되면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조기 당권 도전설로 주제가 옮아가면 세종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이슈화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은 "지금 시점에서 조기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일부 친박 인사들이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던진 이야기일 뿐이었는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세종시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로서는 단칼에 부결시킬 방법이 있는데 굳이 당권을 잡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소장파=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은 친박계의 조기전대론 제기 이전부터 조기전대론을 공론화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통합과 실용'을 결성한 남경필, 권영세, 정두언 의원 등도 "현 체제(정몽준 대표)로는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조기전대론에 불을 지핀다는 태세다. 이 두 세력이 동시에 조기전대론을 들고 나올 경우 설연휴를 기점으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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