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초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0'이 경제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참석하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하여 140여 개국 2천여 개의 기업들이 앞 다투어 스마트폰, 3D TV, e-book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미래형 신제품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트북 PC, MP3플레이어, 휴대형 멀티미디어 등과 같은 기존 제품에 첨단 기술과 문화 예술을 접목한 융'복합 제품들로 새로운 테마와 뉴스를 만들며 이들 제품 하나하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융합(convergence)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통신과 방송, 예술과 과학, 학문과 학제 간 나아가 정치 분야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장하였다. 이미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2001년부터 IT'BT'NT'인지과학 등의 융합과 이들 기술에 인문사회과학까지 융합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우리 정부에서도 융합발전 전략을 수립, '미래융합파이오니어 사업'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16세기 유럽에서 서양 근대화의 기초가 되었던 르네상스 시대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은 예술, 과학, 공학,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서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시대의 천재적인 과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융합형 인재였던 것이 틀림없다.
우리 영남권은 예로부터 학문의 중심지였고, 1970,80년대에는 국내 근대산업화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지금의 상황은 주류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무이(Mui) 등은 컨버전스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디지털화(Dgitalization), 글로벌화(globalization), 그리고 비규제화(deregulation)를 강조하였는데 필자는 우리 영남권이 접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을 '융합'에서 찾고자 하며 다음의 3가지를 고려해봄직하다 생각한다.
먼저 산업적인 측면이다. 전통적으로 영남권은 전자, 철강, 자동차, 기계 및 조선 산업 등이 골고루 발전되어 있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이중 일부는 점점 비교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존산업 간 융합과 와해기술(destructive)을 적용하여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이를 통한 신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의 특화산업 간 융'복합을 통한 신산업을 창출하고 각 지역의 기술지원 시스템 및 지원 범위를 해당 지역에 국한하지 말고 융합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벽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지역적 보수성, 배타성을 배제하고 상호상생의 문화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21세기 지역이 강소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도 단위의 사고를 뛰어넘어 초광역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문화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정치, 환경, 문화 및 종교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고 적극 수용하는 기술이 바로 융합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경쟁력 측면이다. 인재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사회의 최접점에 있는 대학의 경우를 살펴보면 영남권에는 많은 대학이 있지만 실로 수도권 및 글로벌대학과의 격차는 날로 벌어져 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대학 경쟁력을 융합에서 찾고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는 '융합연구소'를 설치하여 과학자, 경영학자, 정치학자들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공동 참여하여 연구개발, 마케팅 및 정부 정책 수립을 공동 수행하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대학에는 경영학과 공학이 융합된 '기술'경영 복수전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본 게이오대학교는 해외 연구 네트워크망을 구축하여 운영 중에 있다. 이처럼 세계의 대학들은 융합에서 비교우위 경쟁력을 찾고 있다.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는 국경과 인종의 벽은 엷어지고 있지만 기술과 경제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 하고 있다.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영남권이 세계적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호융합을 통한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화려한 역사와 문화의 긍지를 가진 영남권의 시도민이라면 능히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화려한 신(新)르네상스의 주역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긍정적이고 열린 사고로 힘차게 비상해 보자.
이인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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