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대엔 미친듯 일하고, 30대엔 능력을 키워라

▨일하는 여자 38세/아리카와 마유미 지음/이서연 옮김/김영사 펴냄

▲MBC 새 수목드라마
▲MBC 새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서른여섯살 먹은 여자들이 인생에 대해 배워가는 이야기다.

결혼을 할까, 독신으로 살까, 직장을 바꿀까.

30세 언저리의 여성들이 늘 하는 고민이다. 30세가 넘은 독신녀는 그 나름대로, 결혼한 여성은 또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일하는 여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은이의 답이다.

지은이는 "일하는 여자의 전성기는 38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38세가 되면 저절로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말은 아니다. 38세까지 충실하게 경험을 쌓으면 그 뒤로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20대에는 오로지 전진해야 한다. 주위의 친구나 후배들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관문을 통과하고, 안주하거나 결혼하는 모습에 조바심을 느끼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0세 무렵이 되면 여성들은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허둥지둥 자격증을 따거나 독립을 하거나 유학을 떠나거나 결혼을 서두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 시기를 잘 견뎌야 '일하는 여자'로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 위기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불안과 의혹은 언제 어디서든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지은이는 확언한다.

"내가 아무리 '제발 절 좀 고용해 주세요'라고 애원해도 사회가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겨우 고용된다고 해도 상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따르거나 자신을 고용해준 사람을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일하는 장소나 일하는 방식 어느 것도 스스로 택할 수 없다."

능력 없는 여성도 회사원이 될 수 있고, 전업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는 없다. 결혼도 직장도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싶다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지은이는 더불어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도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의지하거나 배우자에게 의존해 사는 삶은 참으로 위험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없다면 자유를 포기해라.'

지은이는 분명하게 말한다.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없으면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염치가 없거나 내일이면 끝날지도 모를 행복에 안주하는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흔히 배우자의 수입으로 자신의 삶을 우아하게 꾸미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남편의 사회적 위치를 자신의 위치라고 착각하거나, 자녀를 쥐 잡듯 잡아서,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여성도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실재가 아니라 허상이며, 언제 사라질지 모를 신기루에 불과하다. 남자건 여자건 모름지기 업무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일만 잘하는 여성은 사회의 차가운 대접을 각오해야 한다. 40대가 된 여성이라면 일을 잘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에 관한 지식과 경험, 신뢰로 주위 사람들과 맺어져야 한다. 오직 일만 잘한다면 결국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인생이 즐거울 리 없다. 업무 능력과 함께 인간관계야말로 자신을 가장 안전하게 지켜주는 생존 무기가 된다.

'시기가 좋지 않다. 여성이라서 불리하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은이는 '현대는 매우 간단한 시대'라고 정의한다. 연줄이나 권력, 의리나 정으로 장사가 되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것은 팔리고, 좋지 않은 것은 팔리지 않는다. 팔려고 해도 싼값에 팔린다. 일류 기업들이 정성을 다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팔기 위해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은이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20대 때는 미친 듯이 일해라. 허둥거리거나 실수해도 괜찮다. 서른 살이 넘은 여자에게 너그러운 곳은 없다. 진정한 인생은 40대부터다. 나 싫다는 회사, 억지로 다닐 필요 없다. 쉬운 일일수록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된다. 수입은 공부 양에 비례한다, 공부해라. 책은 성공의 열쇠다. 혼자 있는 30분이 큰 자아를 낳는다. 당연한 일은 당연하게 해라, 징징거리지 마라 등.'

지은이 아리카와 마유미는 사무직원으로 시작해 학원 강사, 유니클로 점장, 웨딩 코디네이터, 다큐멘터리 작가, 사진 작가 등을 거쳤다. 자신의 현장 경험과 살면서 만났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283쪽, 1만1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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