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품 낀' 자치단체 자료 다면분석, 실체적 접근 주력

'6·2지방선거 보도 자문단'이 출마가 예상되는 현직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약 이행 및 행복 공동체 리더십 평가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매일신문은 대구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6·2지방선거 보도 자문단'을 구성, 출마가 예상되는 현직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약 이행 및 행복공동체 리더십 평가를 실시, 시리즈로 보도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최초로 시도한 이번 평가 시리즈는 지난해 12월 24일 김범일 대구시장 공약 이행 평가 보도를 시작으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대구 8개, 경북 20개 기초단체장 평가를 한 달 넘게 보도했다. 3선 단체장으로 출마가 불가능한 군위군, 고령군, 예천군은 이번 평가에서 제외했다.

이번 시리즈 기간 보도 자문위원들이 가장 고생을 했다. 두꺼운 책자를 연상케 하는 답변 자료를 꼼꼼히 분석한 뒤 계량화를 비롯해 다양한 평가를 했다. 일부 자문위원들은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매일신문은 최근 자문위원들과 함께 평가 및 보도에 대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매일신문 조영창 편집국장과 최재왕 정경부장이 참석했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학과 교수(대구사회연구소장),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김선희 대구대 행정문제연구소 연구원, 송해익 변호사,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집행위원장, 정혜숙 계명대 한국학연구원 연구원, 조진형 금오공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황종규 동양대 행정학과 교수

◆김영철=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단답형 답변을 풀어서 해석하고 숨어있는 의미를 찾고, 주어진 답변만이 아니라 제시되지 않은 사실을 추측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정치인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서 이번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있다. 하지만 신문이 가지는 한계인 탓인지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보도가 많이 나온 것 같다.(웃음) 답변 자료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행복 공동체 리더십은 질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았다. 바라는 답을 (의도적으로) 안 주는 것인지, 몰라서 안 주는 것인지 안타까웠다. 일자리 관련 통계 답변에 문제가 많았다. 사라진 일자리, 파괴된 일자리에 대한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통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조진형=첫 시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았다. 정확한 팩트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중립적이고 사심 없이 접근하는 자세가 살아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과 부채가 건전한지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었다. 오케스트라 관련 질문에서 대구시가 퉁명스럽게 답변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어떤 사명감을 갖고 직무에 임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구미는 수출이 급감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반성 없이 방어에만 급급했다.

◆송해익=굉장히 곤혹스러웠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자료를 받아보는 보고는 자신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자료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진정성이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행복 공동체 리더십의 도덕성 분야 평가도 곤혹스러웠다. 해당 지자체가 낸 자료가 제대로 된 것인가라는 생각에 혼자서 별도의 자료를 찾았다. 의미는 있다고 본다. 해당 단체장에게 경계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쓸데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했다.

◆윤종화=자료가 부족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고민을 했다. 문제 있는 사업이지만 자료만 가지고 문제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행복 공동체 리더십의 경우 질문 의도에 맞는 정책이 많지 않았다. 전혀 다른 정책 사례를 답변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의 인식이 질문을 따라오지 못했다. 경북의 기초단체의 경우 교육 사업이 대부분 단체장 홍보용으로 전락했다.

◆정혜숙=지면의 한계상 평가한 내용 모두를 싣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평가 내용이 그대로 잘 실리지 못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북 기초단체의 경우 공약 이행 기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 공동체 리더십이 더 중요시된 것 같다. 제출된 자료로는 양질의 수준을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자료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자료 요구도 구체적으로, 답변도 구체적으로 받았으면 좋겠다.

◆김선희=공약의 수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예를 들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공약은 어렵고, 문화회관 건립 공약을 평가하기는 쉬웠다. 기초단체의 자치 역량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똑똑한 공무원 몇명이 자치단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윤대식=공약의 유형이 많이 달랐다. 어떤 시·군은 포괄적이었고, 또 다른 시·군은 단편적인 사업 위주로 공약이 제시됐다. 기초단체의 역량을 벗어난 공약도 있었다.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도 할 수 없는 공약이 있었다. 광역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좋아할 공약도 있었다. 따라서 공약 이행 여부도 중요하지만 바람직한 공약 여부에 대한 판단도 있어야 한다. 공익 충족이냐, 집단이익 충족이냐, 사익 충족이냐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피상적인 자료만을 갖고 평가를 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황종규=경북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기초단체장들이 왕과 같다. 실제 왕국화되는 경향이 있다. 도시에서는 잠재화되고 간접적으로 이뤄지지만 시골에서는 자치단체에 반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생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지자체가 발전하기 위해서 단체장이 어떻게 주민을 의식하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이 주민 수요를 충족시키고 주민의 삶을 정착시키는 쪽으로 가려면 주민들이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이 없는 지역도 많다. 지역 언론이 나서야 한다. 단체장과 결탁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나가면 자치단체에 미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공약 평가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상설화를 통해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재정 분야에서 지방교부세가 감소하면서 지방채가 늘어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김규원=단체장의 비전과 실천 의지, 행정 역량에 따라 자치단체가 변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나 자극을 주기 위해서 단체장 간 비교를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 독자들도 더 흥미를 가졌을 것이다. 차후 선거법 저촉 여부를 검토했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행정 공무원들이 전문성이 약한 탓에 기획 의도와 달리 성과가 가시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좋은 사업이라도 예산이 부족해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다. 중앙정부는 지방에 재정이나 인사권 등 큰 권한을 주고, 단체장은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창용=4년 결과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년 단체장의 실적을 평가해 새로운 리더십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행복 공동체 리더십 지표는 향후 지역 발전의 틀이다. 지자체가 물량화는 가능하지만 시스템에서 비효율적이었다. 행복 공동체 리더십에서 지자체가 일자리 수와 주민 참여 등에 대한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최재왕 정경부장=첫 시도인 만큼 평가 자체에 의미가 있다. 선량(選良)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公約)을 남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기사의 객관성과 형평성을 중시하다 보니 낱낱이 보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향후 후보가 결정되면 충실하게 출마자 공약을 평가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얻었다.

◆조영창 편집국장=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기획된 탓에 홍보 위주로 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약 이행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평가를 시작했다. 시민단체들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으면 한다.

정리=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