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영애 고전음악]"나의 음악과 노래는 나의 인생" 가곡왕 슈베르트

이번 겨울은 일찍부터 추위가 매섭게 기승을 부리고 예년보다 눈까지 많았던 덕분에 추위와 겨울, 눈을 좋아하던 사람들조차도 질려버렸을 것 같다. 이제 대한을 지나고 나니 언제 따뜻한 봄바람이 이 겨울을 싹 쓸어가버릴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낯설게 왔다가 낯설게 떠나간다. 5월에는 많은 꽃이 피었고, 소녀는 사랑을 속삭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어둡고, 길은 눈에 덮여 있다. 여행 일정도 없이, 어둠 속에서 혼자 길을 더듬어 가야 한다. 달빛을 벗삼아 짐승 발자국을 따라 나는 간다…."

이 노랫말은 가곡의 왕이라고 불리는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1797년 1월31일~1828년 11월19일)의 아름다운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Winterreise)의 첫 곡 '안녕'의 첫머리 부분이다.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의 안녕이 아니라 헤어짐의 인사, 그것도 영원한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애절하면서도 가슴을 울린다.

1월31일은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가 태어난 날이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 어릴 적부터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었고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일찍부터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날 비인소년합창단이라고 불리는 비인 궁정소년합창단 단원생활을 했으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강력한 라이벌로 묘사되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 1750~1825)에게 음악이론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수줍음이 많은 어린 소년 슈베르트의 숨겨진 능력은 음악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슈베르트'의 이름을 듣고 가장 먼저 '가곡'(Kunst-lied·쿤스트 리트·독일 낭만주의 예술가곡을 특별히 지칭하는 용어)을 떠올릴 것이다. 학창시절 음악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아름다운 노래들, '보리수'(Der Lindenbaum)나 '송어'(Die Forelle)의 작곡가인 슈베르트는 그리 길지 않던 평생 동안 600곡이 넘는 아름다운 독일 가곡을 남겼다.

'겨울 나그네'는 4년 전 발표된 첫 번째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1822)와 같은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연작시에 붙여진 슈베르트의 두 번째 연가곡집이다. 전 24곡의 '겨울나그네'의 원제 'Winterreise'는 좀 더 정확하게 '겨울여행'이 옳다. 1827년은 슈베르트가 너무나 존경하던 베토벤이 세상을 떠났고 이미 지병으로 오랫동안 앓아오던 프란츠에게는 충격적이었으며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시인의 작품으로 똑같이 실연당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지만 실연의 아픔보다는 밝고 빛나는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비교해 볼 때 '겨울나그네'는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인생의 여행자가 고독과 허무, 절망을 노래하는 듯한 분위기의 가사와 선율이 연가곡집 전체를 통해서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슈베르트는 31년이라는 짧은 생애동안 교향곡 9개, 현악 4중주 16개, 피아노 트리오 2개, 피아노 5중주 '송어', 이외에도 피아노 및 여러 현악기의 독주 소나타 및 다양한 기악곡을 작곡했다. 그야말로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천재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슈베르트에게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슈베르트의 모든 음악적 재능과 매력을 가곡에서 찾으려고 하는 건 그만큼 슈베르트의 가곡들이 다른 어떤 작곡가의 아름다운 노래보다도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최영애 음악칼럼니스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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