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철벽 마운드를 구축했던 배영수, 권오준, 오승환이 착실한 재활 끝에 부활의 청신호를 켜고 있다. 2005, 2006시즌 삼성의 2연패를 앞장서 이끌었던 이들은 차례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지난해 삼성이 13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부진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서서히 옛 모습을 회복 중이다. 삼성 역시 이들이 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어 정상 재도전을 꿈꾼다.
배영수는 부상 이전 손꼽히는 우완 선발 투수였고 권오준과 오승환은 최고의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로 맹위를 떨쳤다. 세 명이 차례로 마운드에 나서면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았다. 배영수의 빠른 공에 고전한 상대는 뒤이어 마운드에 선 사이드암 권오준의 꿈틀대는 공에 맞서야 했고 마지막엔 오승환의 묵직한 돌직구에 당혹감을 맛봤다.
그러나 우승 이후 선수단에 찾아든 부상 악령에서 이들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배영수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2007시즌을 통째로 걸렀고 이어 권오준도 같은 수술을 받고 1군 무대를 떠났다. 2005시즌 데뷔한 이후 정규시즌과 연이은 대표팀 차출 등으로 제대로 쉴 시간을 갖지 못했던 오승환마저 지난 시즌 도중 오른쪽 어깨 근육이 찢어지면서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지난해 지루한 재활 훈련을 반복하면서 아픔을 곱씹던 셋은 올해 부활의 기지개를 켠다. 현재 이들은 삼성의 1차 전지훈련지인 괌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는 중인데 모두 컨디션이 상당히 좋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 재활 훈련에 충실했던 덕분이다. 부상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다들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부활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2008, 2009시즌 잃어버린 구속을 찾지 못한 채 고전했던 배영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땀을 흘린다. 그는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두 번째는 한 해 동안 꾸준히 선발로 나서는 것"이라며 "투구할 때 드는 왼쪽 다리가 똑바로 올라가도록 하는 등 투구 균형과 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투심 패스트볼도 다듬는 중이다.
"50경기 이상 출장해서 50이닝 이상 던져 5승20홀드 정도가 목표"라고 밝힌 권오준은 이미 팔꿈치에 메스를 댄 것이 두 번째. 그만큼 컨디션이 좋다고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옆으로 변하는 변화구를 장착하는 것도 스스로 세운 이번 전훈 기간 숙제다. 오승환은 "올 시즌엔 40세이브 이상 거두면서 블론세이브를 3개 밑으로 줄이고 싶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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