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심심찮게 '명품'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들을 듣게 된다. 원래 명품(名品)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해외에서 수입된 고가의 유명브랜드 상품을 가리킨다. 만만치 않은 높은 가격의 명품을 사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그리 쉽지는 않다. 여기에서 짝퉁이 등장하게 된다. 짝퉁이란 가짜, 모조품, 유사품, 이미테이션 등의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짝퉁 상품이 모조품이며 불법적인 상품임에는 틀림없으나 엄연히 세계경제에 존재하는 현실의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짝퉁을 선호하는 현상을 단순히 전근대적·비합리적 자본주의, 천민자본주의가 낳은 사생아라고 치부할 것이냐 아니면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 낳은 합리적 타협행위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짝퉁선호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노르웨이 이민자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베블렌(1857~1929)은 1899년에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허영심에 의한 소비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하는 상류계층과 이를 모방하기 위해 무리한 소비를 하는 하위계층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후에 베블렌 효과라 부르게 됐다. 또한, 다른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품을 소비하게 되는 편승효과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명품선호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세계의 소위 명품 시장 중 한국이 가장 비싼 이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베블렌 효과와 편승효과에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처럼 체면문화가 발달해 있고 동조현상이 심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 문화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위 명품 공연이란 것도, 문화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 비싼 공연이 자신의 문화적인 감각과 수준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역시 베블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선택받은 자의 기분이나 우월감이란 묘한 것이다. 일부 명품브랜드에서 세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지 관리뿐만 아니라 최상류 계층의 단골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간의 자기과시욕이나 심리적 뿌듯함 추구는 어떤 제도나 도구로 억누를 수 없는 본성이다. 또한, 이러한 명품 선호 현상은 일종의 신호보내기 현상이기도 하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정보를 주는 것이다. 학위나 성형, 명품현상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신호는 비쌀수록 효과가 좋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사회의 학벌만능주의나 명품선호현상은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내야만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돋보이고 싶고 따라서 자신의 유능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체계로 명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때론 명품 추구에 과도하게 열정적인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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