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끼리 '예금 이자 더 주기'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것으로 알려진 제2금융권과 일반 은행들 간의 예금이자 격차가 거의 없을 만큼 금융회사들 간에 금리 경쟁에 불꽃이 튀고 있다.
예금을 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자를 더 받으니 좋지만 장기적으로 대출금리의 급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편에서는 걱정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자 듬뿍 드릴게요
지난달 말까지 우체국 예금(1년짜리 정기예금 기준)은 이자율이 연 5%까지 치솟았다. 우체국은 이를 통해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자금몰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각 은행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대구시내 한 은행 관계자는 "우체국이 예금 금리를 너무 올리는 바람에 은행들의 예금 이자율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우체국 예금은 지난달 말부터 1년짜리 정기예금 연 이자율이 4.7%로 0.3%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은 '이자율 선두'로 치고나갔던 우체국 예금 금리가 조금 하락하자 일단 이달 들어 정기예금 금리를 다소 떨어뜨렸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자율 경쟁'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여전히 1년짜리 정기예금 기준금리를 5% 코앞에까지 밀어놓고 있는 것이다.
1일 기준으로 연 4.6%(1년짜리)의 정기예금 금리를 주고 있는 대구은행이 자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민은행 4.55%, 신한은행 4.75%, 우리은행 4.6%, 농협 4.7%, 기업은행 4.7%, 외환은행 4.8%, 하나은행 4.75%, 씨티은행 4.8% 등 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연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말(3%대 후반)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높다.
더욱이 대구시내 저축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연 4.9~5% 수준이어서 저축은행과 일반 은행들 간의 이자율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중은행 대구시내 한 지점장은 "지금 추세로 봤을 때 예금 금리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 더주기 경쟁, 왜 하나?
제도의 변화가 은행들의 이자율 끌어올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예대율을 100% 이내로 규제한 때문이다. 예대율이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것. 즉 분자인 대출을 줄이든지 분모인 예금을 늘리든지 해야 한다.
결국 은행들은 예금을 늘려 예대율 100%를 맞추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가 여전히 불안하고 부동산시장의 냉각도 지속, 뚜렷한 투자처가 없는 점도 이자 올리기를 통한 예금 확보 경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부동자금이 워낙 눈에 많이 띄다 보니 은행들이 이를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들의 예금몰이가 가열되면서 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지난해 11월 말 기준)은 664조4천121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9천267억원 증가, 잔액 기준으로 지난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구시내 예금점유율 1위인 대구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7월 5조9천800억원이었지만 이자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급신장, 지난달엔 6조3천900억원까지 올라왔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출시한 특판 예금은 부동자금 20조원을 쓸어담는 괴력을 보인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예금 쏠림 현상은 좋지 않다. 금리 불안이 심화되는 것인데 결국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제2금융권 관계자도 "제2금융권은 은행과의 이자율 경쟁을 통해 예금을 끌어와도 돈 놓을 곳이 없다. 자금 운용처가 없으면 예금 이자율을 맞춰내기 위해 무리한 대출 등 위험한 자금운용을 할 수도 있어 부실 걱정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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