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하기

취업 면접을 지도하다 보면 자신의 역량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학생들은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명확한 의사 전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면접관에게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은 경우도 있어서 말하기 교육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말의 비중이 높은 직업을 원하는 지역의 젊은이들은 사투리 교정을 위해 서울까지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사투리는 단시간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화법은 면접의 관문을 뚫어야 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과제다.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보다 정교한 의사 전달 능력이 요구된다. 대외적인 프레젠테이션, TV토론, 연설, 설교, 강의처럼 공식적인 상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명확한 말하기다. 말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전달 방식이 바르지 않으면 화자와 청자 사이에 교감이 형성되지 않는다.

말하기의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교육이나 교정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 온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평상시에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르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했을 때 정확한 의사 전달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말에 있어서 자신의 결점을 알긴 하지만 어떻게 교정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지역 억양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지만 의사소통에서 억양은 생각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억양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톤이 일정해지므로 생동감이 감소한다. 말의 내용은 차치하고 말하는 방식만 고려할 때 바른 입 모양, 띄어 말하기, 말의 속도에 유념하면 전달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말하기 능력도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다.

필자가 스피치 관련 강의를 할 때, 말을 우물우물하는 사람들을 보면 입 모양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고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동이나 악기 연주를 할 때 자세가 중요하듯이 말할 때도 음가에 맞는 입 벌림을 해야 한다. 특히 모음 발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아'를 발음할 때는 물을 입에 머금은 상태에서 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 아래턱을 아래로 내려서 발음하면 된다. 만약 '아'를 발음할 때 입이 옆으로 긴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면 '아'음을 제 음가대로 발음하지 않는 것이다.

의미 단위로 띄어 말하기는 정확한 발음 훈련을 하는 것보다 노력은 적게 들이면서 말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해 준다. 실제로 낭독이나 연설을 앞둔 분들에게 의미 단위로 끊어서 읽도록 조언한 결과,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청중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예를 들어 '사랑해보고싶어'라는 문장을 읽어 보자. 띄어 읽기에 따라서 '사랑해/보고 싶어' 또는 '사랑/해보고 싶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입말의 띄어 말하는 부분에 따라서 말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입말은 글말과 달리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띄어 말하기를 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띄어 말하기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의미 단어로 띄어 말하기는 말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말의 빠르기는 습관화되어 자신이 의식을 하는데도 고치기가 힘들다. 말이 빠른 사람들은 천천히 말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대신 문장과 문장 사이를 쉬어 말하면 된다. 한 문장을 말한 후에 속으로 '하나'를 세면서 한 호흡을 쉬어준다. 말의 소주제가 바뀌는 부분에서는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 주면 좋다. 글에서 단락 구분을 하듯이 입말인 경우에도 쉬어 말하기로 단락 구분을 해주어야만 청자가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긴장하거나 돌발 상황에서는 평소의 습관대로 말이 튀어나온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입에 익혀야 한다. 말하기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교정하면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말하기 연습은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기 어렵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도 어른들이 정확한 의사소통의 모범이 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송석화 대구가톨릭대 취업교육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