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은 장수의 기본 요소. 세계적 장수마을로 알려진 파키스탄 훈자 주민들의 장수 비결은 7,000m 만년설에서 녹아 흐르는 '생명의 물'로 잘 알려져 있다.
경상북도 용역 조사에서 도내 최장수마을 4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 봉화군 물야면 개단2리 역시 마찬가지. 마을 노인들의 첫번째 장수 비결은 단연 청정수(淸淨水)다. 여기에 마을을 둘러싼 소백산맥 삼림과 친환경 먹을거리가 어우러져 무병장수의 삶을 누리고 있다.
개단2리에 들어서면 마을을 돌아 흐르고 있는 개울 물 소리가 정겹다. 갈수기인데도 거세게 흐르는 물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해발 1,023m 문수산에서 흘러나온다.
개울 옆으로 수령 300년이 훌쩍 넘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뻗어 있다.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문수산 정상도 한눈에 들어온다.
개울에 내려가 돌을 들춰 봤다. 1급수에 사는 가재들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이 마을 처녀들은 화장할 필요가 없었어. 그만큼 물이 좋다는 얘기야. 울릉도도 물이 좋아 화장을 안 한다지…." 이 마을 정인월(64) 이장의 물 자랑은 끝이 없다. "푹푹 찌는 여름에도 문수산 물에 담가 놓은 두부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상하지 않아. 온천물처럼 미끌미끌한 것이 무좀에 특효약이지."
장사연(86) 할아버지도 옆에서 거든다. 할아버지는 "마을 개울엔 깨끗한 물에서만 노는 버들먹지 천지"라며 "여름이면 맑은 물을 좋아하는 은어가 떼로 몰려 온다"고 했다. 장 할아버지를 비롯한 개단2리 주민들은 문수산 중턱에 대형 집수장을 설치해 자연 그대로의 물을 마시고 있다.
개단2리 주민들의 또 다른 장수 비결은 삼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다.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문수산이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공기 정화에 탁월한 최고 품질의 금강소나무 1천500여그루가 지천이다.
마을 주민들의 부지런한 생활 방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수 비결. 잠시도 몸을 놀리는 법이 없다. 휴농기인 요즘에도 집집마다 손수 캐고, 손질한 산나물을 처마에 매달고 있었다. 김원숙(78) 할머니는 "봄이 오면 산나물을 캐러 산을 헤집고, 농사철엔 농사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다"며 "몸을 움직일 수만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을을 돌아나오는 길. 따뜻한 아랫목을 꿰찬 경로당 어르신들이 돼지 껍데기에 소주 서너잔을 달게 비우고 있었다. 모두 80세를 훌쩍 넘겼다. 10년 전 이곳으로 귀향한 박정원(65)씨는 "내 나이도 벌써 6학년 5반인데 어르신들 체력에는 어림없다"며 "이 마을에선 70세부터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껄껄 웃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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