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 듣기]미래 꿈 꾸는 젊은 음악인 무대

#5일(금),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로맨틱 콘서트.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18일(목), 앙상블 누보 연주회.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이무지치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전래동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어떤 느낌일까? 그냥 재미가 있었다고 하기에는 표현력의 부족을 느낄 만한 묘한 그 무엇인가가 더 담겨져 있다. 지난 주 몇 개의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무지치 실내악단이 대구 시민회관을 다녀갔다. 이 날 연주회에서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준 작품은 그들의 핵심 연주 목록인 비발디의 '사계' 보다 대구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김한기(창원대 교수)가 편곡한 전래동요 '까치 까치 설날은'과 앙코르 목록이었던 전래동요 '우리 집에 왜 왔니?'였다. 이 세계 최고의 실내악단은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그 지역의 향수(鄕愁)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어 선물하면서 세계 청중들로부터 인기와 사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유목민 그룹들 중 하나다. 1952년 로마 명문 산타세실리아 음악원 출신인 12명의 단원으로 출발한 이 악단의 성공의 배경에는 그들의 탁월한 연주 능력도 있었지만 개인기 보다 앙상블의 조화를 위해 자기를 낮추고 배려하는 연주자들의 자세와 서로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유럽인들 특유의 사회적 장점이 작용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모티브는 그들의 선조였던 작곡가 비발디가 제공하였다.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 유산을 통해 그들은 글로벌 악단의 대표적인 한 유형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그들을 즐기고 만족을 얻는 시대는 지나가게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것으로 세계 최고의 국가적, 지역적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는 비밀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성공 가능성을 가진 대구 악단이 발굴되어야 하고 그들은 세계적인 안목을 가진 향토의 작곡가들과 긴밀히 연계, 세계가 즐기고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고유한 음악적 재산을 창조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작곡가들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외국의 악단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되면 그들이 반드시 연주하고 싶은 작품들이 많이 작곡되어야 하고, 그것을 계기로 그들이 세계를 누비며 우리의 작품들을 연주하게 되는 꿈이 실현되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아무리 좋은 악단이나 연주자들이 있어도 그들이 연주할 우리의 작품이 부족하다면 우리들에게 '세계 최고'라는 별명은 절대 붙여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 더 밝은 미래를 꿈꾸며 가꾸어가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두 음악회를 소개한다. 5일에 있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로맨틱 콘서트. 이 음악회는 대구 출신의 신임 부지휘자 황해랑이 지휘를 맡아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과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연주하고, 엄세희(바이올린)와 이월숙(플루트) 수석단원이 협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18일에 있을 젊은 연주자들의 실내악 단체인 앙상블 누보의 연주회. 이번 연주에는 특별히 바이올리니스트 백재진을 초빙하여 실내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6중주곡인 '플로렌스의 추억'을 비롯한 주옥같은 작품들을 연주한다. 한국 작곡가들의 이름이 연주 목록에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이러한 신진들의 활동을 세계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켜볼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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