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침산동 명성푸르지오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주민들이 서로 인사하는 공간이다. 밤 늦은 시간 여고생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데 낯선 남자가 따라 타면 머리칼이 곤두설 수도 있지만 명성푸르지오아파트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서로 인사하는 덕분에 얼굴 익은 사람들도 많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이웃 간에 서로 인사하는 아파트는 비단 명성푸르지오아파트뿐만 아니다. 북구 태전동 롯데아파트, 남구 봉덕동 미리내아파트, 달서구 성당공 코오롱하늘채 주민들도 서로 인사한다.
대구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엘리베이터 속 인사하기를 서울 아파트 주민들은 하지 않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속은 침묵의 공간이다. 숨소리도 죽인다.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속 인사하기를 대구의 자랑으로 삼아도 될지 모른다. 일본과 견줄 수 없지만 최소한 서울의 아파트 엘리베이터보다는 열린 공간이다.
매일신문과 대구방송, 대구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동네우물되살리기' 2010년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시민들은 서로 인사하는 장소를 하나 더 갖게 된다. 바로 동네우물가다. 올해 35개, 모두 300개 만들어지는 동네우물가는 '소통의 공간'이다. 인사하고 대화하고 운동하고 쉬는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난다.
일반 약수터는 대구 각지의 사람들이 찾지만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동네우물은 걸어서 물을 길을 수 있는 거리의 동네주민들이 찾게 된다. 물을 길으며 서로 인사하다 보면 낯이 익고, 낯이 익으면 서로 친해지게 된다. 도시생활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반가운 이웃'이 새로 만들어질 게다.
동네우물되살리기 프로젝트팀은 동네우물을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아직 구상 단계이지만 올 하반기 동네우물이 하나씩 완공되면 소담스런 개소식을 한다. 주민 20명이 모여도 좋고 300명이 모여도 좋다. 사물놀이패가 지신밟기를 하고, 고사를 지낸다. 지역 예술인과 대학생들이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작은 연극과 퍼포먼스도 한다. 동네우물의 물이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좋은 물이란 것을 홍보해 시민들이 즐겨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물이 좋아도 길어 마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획하고 있다.
가칭 '두레박제', '두레박 음악회', '두레박 콘서트'가 순차적으로, 또 가끔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우물가여서 두레박이란 이름을 붙였다. 올해 35회, 이후 2~3년간 265회 등 모두 300회 개최가 첫 목표다.
두레박제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다양하고 그 내용도 천차만별이 될 전망이다. 국악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성악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바이올린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동네주민들이 두레박제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두레박제에 대한 시민 반응이 좋을 경우 이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공연중심문화도시 대구의 대표 문화제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동네우물은 '배려의 공간' 이다. 한사람이 수십개의 물통을 줄세운 뒤 물맛도 못보고 돌아서야 하는 유명 약수터와는 다르다. 한사람이 두통 이상의 물을 떠갈 수 없게 한다. 질좋은 물을 아끼고 나눠 마시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이웃과 물을 나누자는 풋풋한 마음이다. 우물가를 깨끗이 하는 것은 뒤늦게 우물을 찾을 이웃에 대한 배려다.
동네우물은 또한 '봉사의 공간' 이다. 몸이 불편하고 힘이 달려 직접 물을 길어 마실 수 없는 어르신들께 자원봉사원 등이 대신 물을 길어다 주는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봉사가 동네우물되살리기프로젝트팀의 기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권대용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대구의 내추럴미네랄워터가 시민들의 자랑이 되고, 동네우물가가 시민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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