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아이티 주민들을 위해 한 달 용돈을 모았어요."
3일 오후 성바오로 청소년의 집(군위군 부계면'최복남 원장 수녀) 학생 대표 3명이 매일신문사를 찾아왔다. 이들의 손에는 청소년의 집에서 생활하는 학생 37명과 선생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119만9천200원이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
학생 자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여동현(17)군은 "우리들도 많은 분들에게서 받은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는 처지이지만 아이티 국민들처럼 긴급한 위기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많은 분들에게 받았던 사랑과 은혜를 되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성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처음 성금을 모으자는 제안은 선생님들이 했지만,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회의를 열고 각자 내놓을 금액을 결정했다. 어떤 학생은 한 달치 용돈 2만원을 다 털었고, 몇 달치 용돈인 5만원을 내놓겠다는 학생이 있어 선생님이 만류하기도 했다.
이날 신문사를 찾은 손대웅(17'고1) 학생도 한 달치 용돈 2만원을 내놨다. 손 군은 "아이티의 어려운 상황을 방송으로 접하고 나니 그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통받는 아이티 국민들을 생각하면 한 달은 참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초등학생들도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 조감마(12)군은 "3일 건강검진을 받느라 끼니 한끼를 굶어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팠는데 아이티 사람들은 정말 많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박춘화 사무국장 수녀는 "성금을 내는 것도 아이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르게 자라도록 하는 훈련의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사회 이슈와 동떨어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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