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구미병원 분만실에서 신생아로 태어나 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니 순천향과 보통 인연은 아니죠. 병원에 대한 열정과 사랑도 클 수밖에요."
순천향(順天鄕)대 구미병원 분만실에 근무하는 김진아(31) 간호사는 1979년 9월 개원한 이 병원 분만실에서 3번째 신생아로 태어났다. 자신이 태어났던 분만실에서 이젠 간호사로 신생아를 받고 있는 것.
순천향대 구미병원엔 김 간호사처럼 '순천향 베이비'로 병원에서 근무 중인 직원이 간호사 18명, 행정직 3명 등 21명이나 된다. 또 올 초부터 교육 중인 신규 간호사 40명 중 9명도 순천향 베이비여서 조만간 순천향 베이비 직원은 30명으로 늘어난다.
세상의 빛을 처음 본 병원을 일터로 삼은 이들에겐 순천향 병원이 참으로 끈끈하고 소중한 인연인 셈이다. 채용 과정에 순천향 베이비라고 해서 가산점을 받는 건 아니지만 근무 인원이 이렇게 많은 것은 순천향대 구미병원 분만실이 90년대까지만 해도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분만실로 꼽히면서 많은 신생아를 출산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이곳 분만실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7만여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5.3명 꼴로, 출산율이 괜찮았던 80년대~90년대 초엔 하루 30여명의 신생아를 받아내 직원들 사이엔 병원을 '아기 받는 공장'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병원 개원 멤버이면서 1979년~1984년까지 신생아실에서 근무했던 윤난숙(53) 간호부장은 이들 순천향 베이비 21명 중 9명을 신생아 때 기저귀를 갈아주며 돌봤던 순천향 베이비의 산증인이다. 윤 간호부장은 "순천향 베이비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병원 사랑은 남달라 너무 예쁘다"며 "순천향 베이비라고 채용 면접 때 특별히 점수를 더 주는 건 아니지만 순천향에서 태어난 아기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꽤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개원 첫 해 분만실에서 태어나 순천향 베이비의 맏언니 격인 김진아 간호사와 고객지원팀에 근무하는 조세진(31)씨는 2007년 이곳 분만실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을 각각 순산해 겹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조세진씨는 "이 병원이 고향인데다 일터까지 갖고 있으니 병원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바람이 있다면 2세를 의대나 간호대에 보내 순천향 병원에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박보경(23) 간호사는 "내가 태어난 병원에 간호사가 돼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했고, 인사업무를 보는 청일점 이영수(29)씨는 "대단한 인연이고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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