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스포츠는 몸에 나쁘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노화학을 연구한 가토 구니히코(加藤邦彦)는 그의 저서 '스포츠는 몸에 나쁘다'에서 스포츠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유는 스포츠에 의해 유해 산소인 활성산소가 작용하여 생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한 것이긴 하나 한쪽 단면만 보고 전체를 해석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스포츠의 참여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음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 운동의 주역인 유산소운동은 심폐 순환 기능, 근력, HDL 콜레스테롤 등의 증가와 LDL 콜레스테롤의 감소를 가져오고,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되는 엔도르핀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 운동 후 기분이 상쾌해지는 효과도 제공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저항성 운동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게 되면 40세 이후 폐경기에 의해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생성이 중단되어 뼈의 칼슘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골다공증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어떻게 하면 활성산소의 생성을 최소화하고 어떤 스포츠를,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나 자주 실행에 옮겨야 하느냐이다. 이와 관련하여 염려가 되는 점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심지어 비전문가의 독특한 경험을 일반화시키려는 시도들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약물 복용에 주의를 기울이듯이 스포츠의 참여도 과학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건강을 위한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생활체육회에서 펼치고 있는 '스포츠 7330운동', 즉 일주일에 3일간 하루 30분씩 운동을 하자는 캠페인부터 '스포츠 7560운동'으로 전환시켰으면 한다. 이는 스포츠 참여의 양적인 문제로서 여러 가지 여건에 의해 실천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주일에 5회, 하루 1시간 정도의 투자는 해야 건강한 삶이 보장된다는 의미이다.

'스포츠 7560운동'에 있어서도 운동의 강도와 관련한 문제는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가 추천한 최대여유심박수(HRRmax) 70% 전후의 강도라고 하는 기준과 함께 일반인의 참여 목표는 운동 선수가 지향하는 경기력의 향상이 아닌, 건강 증진과 여가 선용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기 결과를 생명으로 여기는 운동선수의 훈련은 심신의 극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인이 장기적인 목표 없이 무리한 운동을 순간적으로 실시하면 오히려 인체의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외부에서의 어떤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운동에 의한 과도한 산소의 이용이 활성산소를 생성하여 세포막이나 핵에 영향을 미쳐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를 가토 구니히코가 염려했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참여 방식과 관련하여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과제는 스포츠가 건강이라고 하는 수단적 가치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되면 스포츠가 지닌 내재적 가치를 음미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아침저녁으로 하는 조깅이나, 주말의 등산이 그 자체로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담보되는 수단적 가치 추구에 종속되어 버리면 이는 고통의 장이 될 수 있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과도한 경쟁도 자제되어야 한다. 결과에의 매몰보다는 과정의 오묘함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스포츠가 추구하는 근본 가치인 것이다. 스포츠는 스포츠로서 즐길 줄 아는 여유 있는 태도가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지혜이자 덕목이다.

이와 함께 스포츠의 참여가 타인의 기준에 의해 각색된 '몸짱'에의 도전에 현혹되어서는 사실상 '몸 학대'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몸의 상품화에 의해 출현한 '미모 산업'의 첨병 역할이 스포츠 본래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몸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이에 수단화되어가는 듯한 스포츠도 우리가 지향하는 건강한 모습은 아닌 것이다. '스포츠가 몸에 나쁘다'는 편견을 해소하고 진정으로 스포츠가 유익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 스스로의 정성스러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겸손함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것이 된다.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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