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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바글바글'…구미·경주·안동 '찬바람 씽'

호황을 맞고 있는 포항 죽도시장이 많은 인파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호황을 맞고 있는 포항 죽도시장이 많은 인파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설을 앞두고 지역별로 경기 온도차가 확연하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은 국책사업을 비롯한 개발사업이 넘치면서 체감경기가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반면 우리 나라 수출 흑자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구미지역은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들이 생산 비중과 인력을 축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가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동, 경주 등 전통 문화도시도 도소매업 경기 침체가 여전하다.

◆포항시

휴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 사람이 떠밀려다닐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어물상점 곳곳에는 회를 구입하거나 먹으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고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시장 진입도로는 꼬리를 문 차량들로 뒤엉켜 주차하는데 20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주차 전쟁을 치렀다.

대구 지산동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기석(40)씨는 "싱싱한 회를 먹으려고 죽도시장을 찾았는데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을 보니 포항의 시장경기는 호황인 것 같아 부럽다"고 말했다.

죽도시장 상인연합회 이창혁(50) 사무국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요즘 죽도시장 매출액이 30% 정도 늘어날 정도로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이용객은 평일 평균 3만5천명 선이고 주말과 휴일에는 평일보다 2배 정도 증가한다는 것. 이 사무국장은 "외지인 손님은 꾸준하고 포항의 전체적인 경기호조로 지역민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의 체감경기가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주력 업종인 철강업계의 활황에다 최근 풀린 국책사업 보상비만 줄잡아 1천570억원에 이른다. 또 포스코와 계열사는 지난해 말 임직원들에게 400억원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고 포스렉, 삼정피앤에이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철강업체들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 연말에 500억원의 특별보너스가 풀렸다.

포항철강공단은 올해 생산계획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19% 많은 16조5천9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고 수출계획은 42억3천여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1% 높게 책정, 확연한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다.

포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형 건설현장의 사업비는 영일만항 배후단지 진입도로(800억원), 2일반산업단지(975억원), 일본부품소재단지(855억원) 조성 등으로 2천억원을 넘고 있다. 또 현재 확정된 토지보상비만 해도 동빈내항 복원사업 690억원, 영일만 산업단지 진입도로 153억원, 동해 남·중부선 730억원 등 1천570억원에 달한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구미시

"구미공단의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되는데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전략이다 뭐다 하며 구미지역의 생산비중과 인력을 자꾸만 줄이는 판이니 구미지역 경기가 썰렁할 수밖에요."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밀집한 구미 국가산업3단지와 인접한 구미 인동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가 비교적 괜찮던 3, 4년 전에 비해 최근 매출이 3분의 1로 확 줄었다"고 푸념했다. 지난 1일 점심시간 때 찾은 일식집은 10여개 방 중 손님이 든 곳은 3개에 불과했다.

유흥업소들도 영업부진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유흥주점협회 경북지회 한 관계자는 "구미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유흥업 종사자들이 파주, 아산, 울산 등 경기가 괜찮은 지역으로 마구 빠져 나가 한창때보다 30% 선으로 줄었다"고 했다.

구미지역은 2007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인 경기부진 속에 삼성전자, LG계열사들이 사업 비중을 해외나 수도권으로 옮기면서 구미 지역 인력 및 생산물량을 축소,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구미공단 근로자도 지난 연말 기준 6만8천500여명으로 최고치를 보였던 2005년 10월 8만756명에 비해 1만2천여명이나 줄어 고용 없는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미지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년간 연차적으로 구미국가산업4단지 확장, 국가산업5단지와 구미 경제자유구역 조성,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이 잇따라 발주돼 지난해 하반기부터 3년간 연차적으로 5조원대의 국책 사업비와 이에 따른 2조원대의 보상비가 풀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경주시

관광도시 경주의 경기실상은 제조업은 '희망', 도소매업은 '절망'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는 경주지역 제조업의 경기는 인근 대도시인 포항과 울산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경주 7번국도 선상에 있는 업체들은 포항 철강업체들이 필요한 철강을 1차 가공한 뒤 울산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1, 2차 밴드들이 즐비하다.

2일 경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116으로 조사돼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1/4분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업체는 41.9%로 경기악화를 예상한 업체 25.8%보다 크게 많았다.

경주지역 제조업 경기가 '희망그래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미주시장과 유럽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지역의 자동차 1, 2차 밴드들도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

경주상의 김종률 사무국장은 "이 같은 수치는 수출물량이 늘어난 지난가을부터 시작됐다"면서 "최근에는 도요타와 혼다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체감경기마저 급격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등 기대심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주시의 도소매업과 시장 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설 대목을 열흘 남짓 남긴 2일 오후 경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중앙동 시가지 상가에는 퇴근시간인데도 상점에는 손님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퇴근 무렵이면 북적였던 황오동 의류타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주시 상가발전협의회 이종일 회장은 "더 이상 떨어질 곳조차 없을 정도"라며 현재 경주 도소매업의 경기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경주의 인구가 준 데다 구매능력이 있는 장년층은 주머니를 열지 않고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약한 젊은층은 인근의 대규모 쇼핑몰 또는 인터넷 구매방식으로 패턴이 바뀌면서 중심 상가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안동

설 명절을 열흘여 앞둔 2일 안동지역 재래시장에서는 서민들의 얇아진 지갑을 실감한다는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올해 설 대목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질보다 가격을 우선하고 흥정이 오래 걸린다는 것.

안동지역 특산품 판매에서도 매출 부진은 두드러지고 있다. 안동지역 대표적 특산품인 간고등어의 경우 택배 주문물량이 크게 줄었으며 안동시 안흥동 '안동특산물직매장'의 매출도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 회사 박정희 대표는 "지난해 5만원짜리를 주문했던 손님들이 2만~3만원으로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매출이 급감한 상태"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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