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무모한 장군 노기 마레스케

1904년 오늘, 일본 연합함대가 뤼순(旅順)항의 러시아 함대를 선제 공격함으로써 러일전쟁의 막이 올랐다. 러일 육군은 뤼순항이 내려다 보이는 해발 203m 고지를 놓고 혈전을 벌였다. 공격부대인 제3군 사령관은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1849~1912) 대장이었는데 이기고도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을 맞는다.

일본군은 무모한 돌격만 되풀이하다 러시아군의 토치카에 의해 무려 6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시체가 산을 이뤘고 노기도 초급장교인 두 아들을 잃었다. 승자가 패자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희한한 전쟁의 주인공이었다. 귀국 때 유가족들이 항의하러 몰려왔다가 노기가 든 두 아들의 유골함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지휘를 하면 안되는 무능한 장군이지만 정권을 잡은 죠슈번(현 야마구치현) 출신이기에 중용됐다. 1877년 세이난(西南)전쟁 때 연대장으로 출전했다가 반란군에게 군기를 빼앗길 정도였다. 종전 후 할복하려다 메이지 왕의 만류로 참았으나 메이지가 죽자 부인과 함께 할복했다. 돌격 정신과 할복 때문에 현재도 극우주의자들에게 숭앙받는다. 그런데 노기의 조상은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간 조선인이라니 뭔가 모르게 우스꽝스런 인물임에 틀림없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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