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멘탈이다] 도덕

2009년 1월 국내에서는 7명의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자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범인의 젊고 세련된 외모를 보면서 온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테디 번디라는 30대 초반의 사내가 4년여 동안 서른다섯 명을 살해했다고 고백했다. 죽이고 나서는 심지어 시체를 성추행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 국선변호인이 어떻게든 사형 집행만은 면하게 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누구도 그를 살려두길 원하지 않았다. 43년의 생애를 마감하는 전기의자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니, 참 어이가 없기도 하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는 73세의 조셉 프릿츨이라는 노인이 친딸을 24년간이나 지하실에 감금해 두고 근친상간으로 아이를 8명이나 임신시켜 일곱을 낳고 하나는 유산했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인간의 사악함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안 간다.

앞의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가 치를 떨고 분노하는 것은 인간은 그런 경우들을 적극적으로 피하려는 덕성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불행을 지나치지 못하고 프릿츨이나 번디 같은 자들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적어도 우리 주변에서 영영 격리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을 미워하고 선을 옹호하며 스스로에게 해롭지만 않다면 착한 일을 하려고 한다. 이것이 도덕이다. 웬만한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안에서 어떤 것이 '도덕적'이고 어떤 것이 '비도덕적'인지 구분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정작 도덕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면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알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마 도덕일 것이다.

도덕은 우리 마음에서 어떻게 해서 일어날까? 전통적으로 도덕 철학자들은 이성적인 추론이 도덕적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다. 인간은 논리와 이성을 통해서 선악, 적의와 덕성, 정의, 그리고 공정함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 분야의 일부 연구는 정서도 도덕적 판단에 중요함을 시사한다. 열차의 딜레마에서처럼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단을 내릴 때에는 정서를 담당하는 복내측(腹內側) 전전두엽이 활성화됨을 관찰했다. 정서 장애 환자들은 도덕적 판단에도 심각한 장애를 동반하는 수가 있다. 조증 상태에서는 성적으로 문란한 환자들이 있고, 우울증이 심하면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수가 있다. 정서도, 철학자들이 말하는 논리적 추론도 뇌의 통제 하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자랑인 도덕도 결국은 뇌의 소관이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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