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사투리 열전

며칠 전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춥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옛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스럽다. 입춘을 전후해 삼한사온이라 하여 삼일은 춥고 사일은 따뜻한 날씨가 나타나다 봄이 온다. 아마도 지금의 추위는 따뜻한 봄이 오는 신호일 것이다.

몇 년 전 이맘때쯤 어느 세미나에서 서울에서 내려오신 강사 선생님이 여러분들은 '국수와 국시'의 차이점을 아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답은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당시 강사 선생님은 대구에서 이야기하면 사투리 때문에 잘못 알아들어 당황할 때가 많다고 하셨다. 그러자 한 사람이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를 아느냐고 다시 질문을 하였는데 '봉지에 담으면 밀가루이고 봉다리에 담으면 밀가리가 된다'하여 한 번 더 웃은 적이 있었다.

작년에 서울에서 사업 때문에 내려와서 치료를 받은 분이 있었다. 치과치료를 여러 날 하고 거의 치료가 끝나갈 무렵 '원장님은 굉장히 바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시계가 없는데 직원들이 치료할 때마다 원장님에게 '시계요, 시계요'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자세히 물어보니 치아가 서로 잘 물리는지 보려고 입을 다물 때 옆에서 '시게요, 시게요'(세게요, 세게요)하는 말을 시계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즉 입을 세게 다물어 보라는 뜻으로 사투리로 '시게요'하니 환자는 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그리고 치료할 때마다 시계를 찾으니 무엇인가 바쁜 일이 많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어느 원장님은 외국인을 치료하다가 '입을 다물어 보세요'라는 영어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Shut the mouth'(입 닥쳐)라고 외쳐 외국인이 깜짝 놀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지역에서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로 의료적 환경조성에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다. 나도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환자와 외국인들에게 표준어와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공부할까 생각중이라고 얘기하니 아내는 '한국말도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이 영어는 무슨 영어'하면서 심한 사투리를 사용해도 좋으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을 할 줄 아는 치과의사가 되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가슴은 따뜻한데 그것이 목을 넘어 입 밖으로 나오면 사늘하게 식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가슴 속의 따뜻한 말이 식지 않고 나오는 연습을 하여 조만간 불어올 봄바람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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