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이상을 높여라

'산과 들에/ 밤새 흰 눈이 많이 쌓이고/ 내 마음엔/ 시를 닮은 생각들이 많이 많이 쌓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으니/ 세상 사람 모두가/ 흰 옷을 입은 눈사람으로/ 나에게 걸어오네// 순간마다/ 마음이 순결해지는 눈나라에선/ 미운 사람 아무도 없네// 햇빛에 녹아 사라질 때까진/ 너도 나도/ 그냥 웃으면 되지'(이해인의 '눈꽃 노래3')

올겨울은 유난히도 폭설이 많이 내렸다. 1월 4일 서울에 내린 눈은 25.7㎝로, 기상관측이 새롭게 시작된 1937년 이래 최대 강설을 기록했다. 폭설과 한파는 유럽과 중국에서도 맹위를 떨쳐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2월 4일은 절기상으로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 겨우내 폭설처럼 쌓였던 원망일랑 올봄에는 이해인 시인의 '마음이 순결해지는 눈나라에선 미운 사람 아무도 없네' 시구(詩句)처럼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꽃이 피지 않는 겨울에는 눈 덮힌 돌담길 등 정겨운 풍경을 가득 찍어 올려놓았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안동 도심이 샛노랗게 물든 은행 단풍으로 뒤덮였다." "눈이 너무 많았다면 온통 은빛으로 뒤덮혀 윤곽을 잃었을 것이다."

앞서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눈 덮힌' '단풍으로 뒤덮였다' '은빛으로 뒤덮혀'에서 '덮힌'인지 '덮인'인지 혼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뒤집어쓰듯이 덮다, 일정 지역이나 공간을 누비거나 휩싸듯이 덮다, 세력이 사방에 두루 미치거나 퍼지다라는 뜻을 지닌 '뒤덮다'를 활용할 때는 바르게 표기한다. "담요를 뒤덮고 누워 앓다." "미국 시장을 뒤덮은 한국 제품들."

'뒤덮다'의 피동형인 뒤덮음을 당하다라는 뜻인 '뒤덮이다'는 기본형을 '뒤덮히다'로 착각한 듯 '뒤덮여'를 '뒤덮혀'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뒤덮이다'와 같이 '높이'의 사동형인 '높이다'를 활용하면서 '높히다'로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젊은이여, 이상을 높혀라." "독수리가 높히 날아올랐다."에서 '높혀라' '높히'는 '높여라' '높이'의 잘못이다.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높은 자리는 오해받기 좋은 자리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지 못하면 시기와 질투가 쏟아진다. 그러기에 고통의 자리이다. 고뇌 없이 그 자리에 머물면 오해받을 일이 자꾸 생긴다. 자리에 합당한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진정 높은 사람은 남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이가 인정하는 첫째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다. 곁에 있으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그런 사람이 지위 고하와 상관없이 진정 높은 사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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