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현대화가 필요하지만 신유통업체들과 차별되는 전통시장만의 장점과 가치를 부각시켜야 합니다."
'장흥섭 교수와 함께 둘러보는 대구 전통시장 과거·현재·미래'라는 책을 낸 장흥섭(59·사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이렇게 제시했다.
이 책은 저자가 3년 동안 대구 소재 33개 전통시장을 직접 찾아가 그 실태를 파악하고 시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현장감 넘치는 실증적 연구서다. 또한 특정 지역의 많은 시장을 한꺼번에 체계적으로 분석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시장 전문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직접 '발품'을 팔아 국내 200여개, 해외 120여개 유명 선진시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시장들이 시장 또는 쇼핑 장소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시장과 시장 상인만은 별로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82년과 2007년, 2008년에 전통시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었다. 이용객 측면에서는 예전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별로 골고루 있었으나, 요즘은 50대 이상만 찾아오고 젊은이들은 드물다.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시장에 살거리와 먹을거리만 있으면 됐으나 요즘은 편하고 재밋거리가 더해져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유럽의 전통시장들은 사람이 만나고 구경하고 사고 즐기는 광장역할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시장들은 지역·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시설물 구축으로 전통성과 정체성을 살리는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령의 정비, 지원제도 마련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으나 투자 대비 효율성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과 방법이 시설현대화와 온라인판매망 구축 등 신유통업체의 장점을 모방하는데 그치고 있고 ▷시장의 지역·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시장들이 획일적인 시설물 구축으로 전시장으로서의 전통성과 정체성 소멸 ▷낮은 상인들의 의식 ▷시장 활성화 정책 및 자금 지원이 시설 개선, 보완 등 가시적 요소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살거리와 볼거리, 먹을거리에다 재밋거리를 만들어 젊은 고객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 밀착형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며, 신뢰성과 관심 확보, 주민·지역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물건을 더 주는 '덤'과 신명이 어우러지는 '흥', 삶의 터전이 될 '정'이란 전통시장의 정체성과 문화성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인들도 유통환경의 변화를 직시, 소비자들의 취향과 요구를 파악해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더 젊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상인 주도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대구경북의 전통시장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는 대한민국 명품 전통시장 100선과 세계 유명전통시장 둘러보기를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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