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특임장관은 7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했다. 주 장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과거 5공 시절 대구 출신 한 법관의 이름부터 꺼냈다. 당시 사법부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신군부가 만들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파견됐던 인사였다. 서슬 퍼렇던 국보위에서도 사법부 독립을 줄곧 주장하면서 법원의 이익을 잘 지켜냈지만 뒤에 돌아온 것은 '국보위의 앞잡이'란 오명뿐이었고, 법복을 벗어야만 했다고 했다. 결국 '밖에서 비판하기는 쉬워도, 직접 안에 들어가서 욕을 먹어 가면서 이익을 챙기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세종시 수정 반대 여론이 높은 지역구(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이지만 동시에 국무위원으로서 당·정·청 간 소통역을 맡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처럼 들렸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주 장관에 대한 평가가 지역 사회에서 엇갈린다
▶일단 나는 세종시 민관합동 위원이 아니다. 하지만 10여번의 회의 중에 일부러 3번을 참석했다. 몇 가지 성과도 있다. 우선 다른 지방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 바이오시밀러 문제도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중복되는 만큼 세종시에서는 말도 꺼내면 안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업들이 수도권에서 멀리 이전할수록 인센티브를 더 많이 주는 방안도 내가 아이디어를 내 지금 제도화될 예정이다. 모두 다 대구경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세종시에 사무실 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 세종시가 문제되고 나서 3번밖에 가지않았다.
-세종시 블랙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종시가 블랙홀이 돼 대구경북이 직격탄을 맞고, 죽는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일단 세종시의 공장 면적은 347만㎡밖에 안된다. 그것도 다 차고, 이제 50만㎡만 남았다. 그런데 전국에 남아있는 공단부지 빈 땅은 2억 7천 3백 9십만㎡이다. 지난 정부 때 혁신도시 10곳, 기업도시 6곳, 국가 산업단지·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지정해놓은 게 전국에 11억5천703만㎡나 되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관계없이 채우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에 떠넘기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제대로 실상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광(光)산업을 추진 중인 광주 같은 경우가 그렇다. 세종시에도 태양광 관련 산업 등 광 관련 사업이 일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것 다 뺏긴다고 하는데 광주는 제품 생산 위주고, 세종시는 연구를 위한 곳이다. 물론 제품을 생산하는 곳에 연구소가 가도 되지만, 광주에 갈 제품 생산 공장을 세종시에 떼어 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세종시에 입주할 공장 330만㎡가 세종시 대신 다른 지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의 손해는 있다. 그런데 위가 아파 수술하면 눈도 쏙 들어가고, 다리살도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 전체가 건강해진다. 나라 전체를 위해 부처 분할은 안 된다는 차원에서 한다면 그 정도의 손해는 서로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세종시에 대한 청와대나 정부의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아주 강하다. 여론이 올라오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회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고향인 대구경북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잘 될 기회를 자꾸 스스로 배척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와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노력하는데도 반대만 하니까 오히려 다른 지역 출신들이 이런 대구경북에 대해 거부감이 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신들이 볼 때는 대구경북이 혜택을 받는 것 같은데도 계속 정권에 대해 욕을 하니까 이해못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대구경북 공단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는데 지역 여론이 안 좋아서 일하기가 참 어려워졌다. 대통령께선 대구경북이 그동안 발전에 소외됐던 만큼 딴 지역과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다. 우리는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하는데 이를 스스로 배척하는 것 같다.
-영남권 신공항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비교적 잘 아는데 서너 가지 안이 나오고 있다. 일단 부산이 이론적으로 연구를 많이 해놓은 상태인 데 비해 경남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과연 영남권에 큰 국제 공항을 만들었을 때 투자한 만큼 수요가 있느냐하는 의문 제기가 꽤 많다. 인천 공항이 아시아의 허브 공항이 되어야 하는데, 소위 '투 포트'가 되면 인천이 죽을 수 있다는 논리다. 밀양을 지지했던 울산도 최근에는 입장이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대구경북은 더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밀양에 안 오면 대구는 안오면 죽는다, 죽는다 소리만 하지 말고 이론적 근거와 설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전에 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장관 취임 후 넉달이 지났다. 소회는
▶예전에는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고 있었고, 공천권도 장악하고 있어 민주적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일사불란하기는 했다. 그래서 정무장관은 야당하고 연락하는 일만 했다. 그때는 야당도 막강한 대표들이 있어서 그분들에게만 전하면 정무 역할이 다 됐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도 내부적 환경이 그렇지 않고, 야당도 야당 나름대로 여러 계파가 있으니까 어디 한 곳에 이야기해서는 정리가 안 된다. 말하자면 정무 활동을 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진 상태다. 옛날 기준으로 볼 때 당내 소통, 야당과의 소통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런 사정이 있다는 변명의 말을 좀 드리고 싶다. 장관실 사람들 뽑는데도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는 좀 자리가 잡히는데 매뉴얼을 보강하라고 주문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연속해서 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계속 강조한다.
-당내 소통은 어떤가. 이를 테면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의 상시적 창구는 있나
▶주도적 입장에 있는 여러 의원들과는 대화를 한다. 하지만 좀 쉽게 접근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대구경북에 할 말은.
▶지난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때 호남이 의리상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는데도 전략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 그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됐다. 노무현 정부 5년간 국책사업비가 호남에 45조원 갈 때 대구경북은 8조원밖에 안 됐다. 그 차이가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다. 대구도 이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속된 말로 지역 출신 대통령 있을 때 우리 할 것 하고 다음에 박 전 대표가 대통령 출마하면 다시 밀어주면 되지 않느냐. 지금까지처럼 서로 얽히고 설켜 시간만 보내지 말자는 이야기다. 혹자는 대통령이 누구를 불리하게 만들려고 세종시 문제를 꺼냈다고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내 화두도 두분을 어떻게 잘 연결할까 하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도 성공하고 박 전 대표도 잘 되는 길이다.
대구경북의 미래성장동력은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가산업단지다. 이 걸 하기 위해 필요한 게 신공항이다. 이 세가지를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있다. 대구경북이 경쟁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는 것과 치밀하고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말씀이었다. 고향이라서 더 애정을 갖고 계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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