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의식 부재와 대구시의 졸속 추진이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1.05㎞) 정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지난해 12월 1일 개통한 지 두달이 지났으나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상징 '실개천'에는 물이 아니라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얌체 자가용까지 여전해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당초 취지가 빛바래고 있다. 여기에 대구시의 근시안적 행정이 맞물려 대중교통전용지구 정착이 더뎌지고 있다.
2006년 2월 구상한 대중전용교통지구의 슬로건은 '물이 흐르는 길'이었으나 현재 중앙로엔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이후 대구 중구청이 실개천에서 수거하고 있는 쓰레기·오물의 양은 매일 20ℓ나 된다. 쓰레기에 물길이 막혀 수시로 유입 수량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얌체 자가용 통행 또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대표적 골칫거리다. 하루 수십건에 달하며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시범운영 기간을 합쳐 8개월이 지나도록 개선 기미가 없어 CCTV 설치까지 고려되고 있다.
무단횡단 역시 심각하다. 전용지구 개통 이후 횡단보도가 11개로 늘어 90m당 1개꼴로 마련됐지만 버스를 피해 어디서든 길을 건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앞으로 있을 시설 보완에 시민 의식과 연관된 정비에 우선 순위를 둔다는 입장이다. 조형물이나 예술적 전시물을 통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공사 착공 직전까지 대중교통전용지구 종합계획도에 따르면 중앙로를 따라 10가지 주제별로 조형물과 시설물을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보행권에 지장을 주거나 안전상 위험 소지가 있는 것들은 죄다 빠져 6개 주제로 줄었다. 특히 실개천에 빠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조경석 설치가 늘었고, 예정에 없던 차량 진입 방지용 볼라드도 쉽게 옮길 수 없는 대리석 소재로 바꿨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대원칙이 대중교통 활성화와 보행자 중심 거리 등 두 가지"라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리를 스스로 빼앗는 꼴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대구시의 졸속 도로 개통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버스 이 외 사륜차의 운행을 금지하면서도 이륜차 통행은 허용해 퀵서비스 오토바이의 천국이 됐다. 일부는 안전속도 30㎞라는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폭주족 수준에 가까운 속도로 도로를 활보한다.
또 간선도로 퇴근길 차량 지체가 자가용 운전자들의 민원 폭발을 부르고 있다. 대구시가 우회도로나 주변 이면도로에 대한 통행 보완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주요 간선도로 정체는 1시간 남짓 일어날 뿐이며 이마저도 택시의 불법 주·정차 때문"이라며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차량 이용자의 수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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