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인기리에 상영 중이던 외화 '아바타(阿凡?)'를 1월 22일부터 강제 종영시키고 '공자'를 개봉토록 하였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관람할 예정이라니 중국 전 인민이 보아야 할 '국가 영화'가 될 듯하다. 지금 부관참시까지 당했던 공자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대역전극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세기 전에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한없이 무력한 중국을 반성하면서 공자의 유가 사상이 그 원흉으로 지목되었었다. 5'4신문화운동은 공자사상을 반민주적이고 반과학적이라고 비판하였으며, 루쉰은 '사람을 잡아먹는 문화'라고까지 힐책하였다. 마오쩌둥도 유사한 견해였다. 그는 '4가지 구습 타파운동'과 특히 문혁 시기에 '임표'공자비판운동'을 통하여 백성들의 뇌리에서 유가적 사고방식을 발본색원하려 하였다. 그의 전위대 홍위병들이 공자묘를 파헤치고 전통문화 유산을 무참히 훼손하는 것을 묵과함으로써 유가사상과의 철저한 단절을 이루어 자신의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하였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기의 최고 지도자들은 전통적 요소의 중요성을 인지하였다. 덩샤오핑은 시경에 나오는 '샤오캉'(小康) 용어로 그의 경제건설 목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샤오캉 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지휘한 장쩌민은 전통문화의 복원에 역점을 두었다. 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 문화를 '선진 문화'의 범주에 포함시킴으로써 마르크스주의와 동일선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 뒤를 이은 후진타오는 전통사상 중에서 유가 사상을 정수로 삼아 그의 통치이념을 확립하였다. 즉 유가의 인정(仁政)'친민(親民)'화해(和諧)'대동(大同)사상을 이어받아 인본주의에 입각하여 '조화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에 2002년부터 '공자 살리기'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더니 2005년부터는 중앙 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가사상을 교과목으로 지정하고 논어낭송대회 등 학술대회를 열어 청소년 대상 공자교육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며, 공자 관련 연구기관 신설 및 각종 세미나 개최를 통하여 지식인들에게 공자 연구 열풍을 북돋운다. 또한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하여 중국어 교육과 유교문화 보급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87개국에 523개소나 만들었다.
이와 같이 체계적으로 공자를 부활시키는 데는 몇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공자 사상을 차용하여 공산당의 집권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경제성장 일변도 정책이 초래한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도덕성을 갖춘 '군자'(君子)상을 고취시켜 부패를 근절해나가고, '화위귀'(和爲貴)를 제창하여 백성들의 대동단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주의 이념의 중국 본토화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중국식 또는 중국 특색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외래 사회주의 이념을 중국화하고자 한 반면, 후진타오는 '유가사회주의'라는 명료한 용어 설정으로 본토화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학술이론적 뒷받침도 이루어지고 있다, 궈머뤄우의 1925년 저서 『마르크스의 공자 방문기』를 '마르크스와 공자가 일심동체임'을 입증한 명저라고 재평가하여 두 사상을 접목하는 지침서로 삼았으며, 왕스빠오 교수 등은 저서와 논문을 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유가사회주의다'라고 공식화하고 있다.
셋째는 캉샤오꽝 교수의 표현대로 '문화민족주의'를 재건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아시아의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유가사상을 그동안 발원지 중국대륙에서 폐기처분함으로써 잃어버렸던 문화주권을 되찾아 경제대국의 차원을 넘어 문화대국으로도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자 대우 변화를 예의 주시하여야 한다. 통치이념의 재확립은 통치 행태 전반에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유가사회주의'를 정확히 파악하여 향후 대중국 정책 방향 설정에 참고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유가사상의 한국화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중국의 한 인터넷사이트에 논객이 올린 "한국이 공자를 강제 납치하여 한국 문화유산으로 삼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글은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유가민주주의'로든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화침탈국이라는 궤변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조수성 계명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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