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키코 본안 소송 첫 판결서 은행 승소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싸고 벌어진 기업과 은행간 본안소송 첫 판결에서 은행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임성근 부장판사)는 8일 주식회사 수산중공업이 키코 계약의 무효 등을 주장하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등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씨티은행이 계약 해지 결제금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반소(反訴)에서 수산중공업은 은행에 3억1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키코 계약은 전반적으로 볼 때 부분적으로 환 위험을 회피하도록 설계된 상품이고 옵션 계약으로 은행이 얻게 되는 이익이 다른 금융거래에서 얻어지는 것에 비해 과다하지 않다"며 상품 자체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은행과 수산중공업의 계약은 각각의 개별 교섭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계약 내용이 금융감독원의 심사대상인 약관이라고 볼 수 없거나 약관이라고 하더라도 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계약 당시 국책연구기관 등 대부분이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환율 급등을 예견할 수 없었으며 수산중공업이 앞서 체결한 20여건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경험 등에 비춰볼 때 은행이 설명 의무를 위반하거나 과도한 위험을 수반한 거래를 적극 권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키코를 두고 벌어진 기업과 은행간 본안 소송의 첫 번째 판단이라서 향후 다른 키코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산중공업은 2008년 11월 계약 당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은행측의 '불완전 판매'로 손해를 봤다며 이를 배상하고 이미 낸 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이날 판결이 내려진 사건을 제외하고 이 법원에는 키코 소송 123건이 계류 중이며 일부 재판에서는 기업과 은행이 각기 노벨상 수상자 등 유력 인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법정에서 석학들 간 대리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8일 중소기업계 입장을 발표, "키코 상품의 구조를 비롯한 주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판결을 강행했고 결국 기업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향후 재판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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