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것은 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소설 제목이다. 가난한 구두수리공이 길에서 벌거벗은 사람에게 자기 옷을 벗어주고 데려와 함께 살다 보니 그가 바로 하느님의 천사였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칭찬 릴레이에 소개하고 싶은 정근학씨는 바로 이 소설이 생각나게 하는 분이다.
그는 내가 근무하는 병원 근처에서 구두수선가게를 하고 있다. 가끔 해진 구두를 들고 그의 가게에 들렀다 나오면 잔잔한 햇살 같은 행복이 옷에 묻어 함께 따라오는 것을 느낀다. 그는 자신을 참 행복한 사람이라 한다. 그는 행복의 조건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었다. 태어나자마자 대수술을 받았고 의사도 포기할 정도로 몸이 약했지만 가계가 너무 어려워 중학교를 그만두고 어린 나이로 구두공장에 취직을 했다. 적은 봉급으로 신부전을 앓고 있던 형과 동생까지 돌보았다고 한다. 그 후 지금까지 구두기능공은 그의 평생 직업이 되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열심히 몰두할 수 있는 직업이 주어진 것과 당시 BBS 자활형제모임에 힘입어 지금의 작은 가게를 열게 된 것, 평생을 함께해 줄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낳고 오붓한 가정을 이룬 것, 그리고 주위에서 격려와 나눔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음을 크나큰 행복이라 한다.
그는 22년째 아침마다 똑같은 일터에 나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늘 새롭게 배울 점이 있으니 감사하다고 한다. 그는 겸손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남몰래 봉사해 왔다. 청년시절부터 나눔의 집이나 빈민촌 탁아방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시설단체를 돕고 후원하는 일도 많이 해왔지만 요즘은 지역 내 어르신의 개별적인 뒷바라지를 드러나지 않게 하는 데 더 마음을 쓴다고 한다. 어르신을 모시는 모임을 만들어 예의와 사랑을 이어가는 일도 열심인 그는 집안에서는 칭찬받는 형제로, 가정에서는 자녀와 대화를 잘하는 재미있는 아빠로, 주위에서는 모범부부로 칭송받고 있다.
그가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된 BBS 자립단은 장애인과 소년가장이 우애와 봉사를 나누며 서로 의지하는 모임이다. 그는 여기서 성실한 삶과 타인을 배려하는 자상함으로 2년 연속 모범회원으로 뽑힌 적이 있고 항상 명랑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후배들의 상담자가 되어 주며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순교성인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그는 22년간 주일 외에는 쉰 적이 없는 직장을 60세가 되면 두달에 한번 정도는 토, 일을 연달아 쉬면서 전국의 성지를 순례 겸 여행하기를 꿈꾼다. 대구 동구 신암동 고향동네에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밥상 공동체'를 만들려고 몇몇 회원과 함께 오래전부터 조금씩 준비해 오고 있다며 소년처럼 부끄러워하며 웃는 정근학씨, 그의 겸손한 손이 할 수 있는 따스한 일들을 기대해본다.
김인주 달성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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