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판이야기] '독서 약자' 배려한 큰활자책 출판은 언제 활성화 될까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0.9권으로 2년째 감소세를 보였다.(2007년 12.1권, 2008년 11.9권)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09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성인) 또는 1학기(학생) 동안 1권 이상의 책(일반도서)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독서율은 성인 71.7%(2008년 72.2%), 학생 93.7%(2008년 89.1%)로 조사됐다.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 동안 단 1권도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국민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 장애인은 약 30만 명이다. 노인, 중증신체장애인, 난독증, 문맹인, 학습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포함하면 현재 출간되고 있는 보통 책을 읽기 어렵거나 읽을 수 없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점자책, 녹음도서, 오디오북, 촉각도서, 활자책 등 대체도서 비율은 전체 출판물의 2%도 안 된다.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큰활자책 출판은 지난해에 시작됐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대략 29종에 불과하다.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도서가 4만2천191종(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임을 고려할 때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출판사들이 대체 출판물을 제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가 적은 데다 제작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일반도서가 11포인트 혹은 12포인트 활자를 쓰는데 비해 큰활자책은 18포인트 정도를 쓴다. 자연히 책 부피가 늘어나고 한권짜리가 두권짜리가 될 수도 있다. 글자크기가 달라지는 만큼 편집도 새로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민음사에서 '책 같이 좀 봅시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신체적 이유로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민음출판그룹 도서 중 11종을 큰활자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박완서의 '나목'도둑맞은 가난' 이윤기의 '나비 넥타이' 최재천의 '개미 제국의 발견' 김향이의 '달님은 알지요' 공지희의 '김만덕' 강정연의 '건방진 도도 군' 등이 그에 해당한다. '나눔의 출판문화'라는 취지에 따라 지은이 11명은 아무런 대가없이 흔쾌히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한국점자도서관이 사회적 기업인 도서출판 '점자'를 설립, 큰활자책 14종을 만든 바 있다. 도서출판 '점자'는 올해도 20여종의 대체 책을 더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더 많은 큰 글자책, 촉각도서, 오디오 북 등이 출간돼 독서 권리에 차별이 없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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