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배우' 엄지원이 7년 만에 돌아온 브라운관에서 그동안 숨겨놓았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MBC 수목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극본 김인영 연출 김민식)에 출연 중인 그는 최근 온몸을 던진 코믹연기로 드라마의 재미를 한껏 살리고 있다.
엄지원이 연기하는 정다정 역은 서른네 살 미모의 동시통역사. 남부러울 것 없는 골드미스지만 진정한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믿는 '결혼맹신도'다. 하지만 서른네 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 집안 좋고 조건이 좋은 남자만 찾는다. 또 대머리여서도 안 되고 키가 작아서도 안 된다. 헤어진 옛 남자친구의 집 앞에서 술에 취해 마음껏 '진상'을 부리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짐과 동시에 엄지원에 대한 판타지가 확 깨져버렸다.
경쟁작 '추노'에 밀려 시청률은 4, 5%로 다소 저조한 편이지만 시청자 게시판 등 각종 연예게시판에는 엄지원의 변신에 대한 호평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고동선 책임 프로듀서는 작품이 시작되기 전 "엄지원의 변신을 기대하라"고 귀띔을 했을 정도다.
"그동안 영화에서 남자가 그린 여자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조금 지쳤어요. 여자가 그린 여자 이야기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죠. 원래 김인영 작가님의 팬이었거든요. 과거 김 작가님이 쓰신 '결혼하고 싶은 여자'나 '태양의 여자'같은 작품을 보면서 작가님은 여배우랑 잘 맞는 작가라고 생각했거든요. 무척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자칫 '된장녀'로 전락할 수 있는 극 중 캐릭터를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역할로 만든 것은 100% 엄지원의 힘이다. 때로는 이기적일 정도로 결혼에 집착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여배우가 저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푼수 짓을 벌이지만 과하지 않다.
"망가지는 연기요? 에이… 뭘, 이제 시작에 불과한걸요.(웃음) 사실 저도 처음 대본을 받아본 뒤 다정이란 역할이 자칫 밉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얄미운 역할이지만 사랑스럽게 만들어보려고 캐릭터를 잡았죠. 요즘은 망가지는 연기가 오히려 재밌어요. 더 어렸을 땐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겠지만 이제 그런 것에 괘념치 않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배우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해요."
극 중 정다정처럼 실제 서른네 살인 엄지원은 정다정과 비슷한 면이 많다. 외국인 친구가 많고 영어에 관심이 많아 영어공부를 계속 해왔다. 덕분에 동시통역사 연기를 할 때 제법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블랙베리폰'을
함께 사용하는 엄지원은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블랙베리폰의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침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엄지원의 아이폰으로 김인영 작가가 "바이올린을 잘 켠다고 하던대요"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하, 사실 바이올린은 잘 못 켜요. 예전에 영화 '주홍글씨'에 출연할 때 첼리스트 역할을 맡은 모습을 보고 아마 바이올린도 잘 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때도 첼로를 켜는 장면 하나를 위해 한 달 넘게 연습했어요. 이번 드라마 속 영어도 그렇지만 제가 진짜 첼리스트, 동시통역사라고 생각을 해야 그 인물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완벽주의자라고요?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게 제 직업이잖아요."
영어,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엄지원은 연예계에서 유난히 재주가 많은 배우로 꼽힌다. 지난 2007년에는 와인 관련 서적 출판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타일리스트와 머리를 맞대고 정다정표 패션을 창출했다. 진주 액세서리를 기본으로 사랑스러운 파스텔톤 원피스가 주를 이루는 정다정표 패션에 엄지원은 애착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도 그렇지만 패션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정이란 역할이 사랑스런 캐릭터지만 너무 '반짝반짝'하면 동시통역사란 직업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사랑스러우면서도 '엣지'를 살릴 수 있는 의상을 연구했죠. 과거 영화 '극장전'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했을 때도 제가 가진 의상을 입었던 걸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지원의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엄지원은 촬영시간을 쪼개 이틀 연속 약 10여개 매체와 끊임없이 인터뷰를 나누는 등 드라마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지금은 시청률이 잘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저희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정말 재밌어요. 이미 대본도 10부까지 나왔는데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아요. 게다가 현장 분위기도 무척 좋아요. 보통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에서는 기싸움이 장난 아닌데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다들 예쁘게 보이는 걸 포기했거든요."
그나저나 정다정으로 분해 살아가는 엄지원의 실제 사랑은 어떨까.
"아직 철이 안 들었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느낌을 중요시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신앙을 공유하는 것이고요. 나이가 드니 취향이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건 코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배우자의 궁극적인 조건은 인생의 마지막 고리를 함께 바라보며 같이 걸어갈 사람을 만나는 것이잖아요. 그런 고리가 없다면 그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연애일 뿐이죠. 그나저나 빨리 시집을 가긴 가야 할텐데 말이죠. 대학교 때 남자친구 만나면 야단치셨던 부모님이 이제는 왜 사람을 안 만나냐고 성화세요."(웃음)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