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스타벅스와 구미산업단지

"지역 인재들을 많이 뽑아주신다면 지역이 살 텐데요."(기자)

"사정을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지역 인재들을 뽑아도 지역에 남아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수도권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씁니다."(구미의 한 대기업 임원 A씨)

"수도권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일까요?"(기자)

"그런 것도 있지만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의 공장들은 '젊은 인력들'에게 흥미진진한 곳이 되지 못해요. 좋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이 들어옵니다."(A씨)

말을 끝낸 A씨는 곧바로 각종 규제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어떤 줄 잘 아시죠? 요즘 젊은 세대는 커피도 스타벅스 등 유명 메이커를 선호합니다. 사내에 이런 커피숍이 없으면 아쉬워합니다. 그래서 사내에 이런 커피숍을 넣으려 했는데 산업단지 규제가 가로막습니다. 산업단지 안에는 장사 목적의 가게가 못 들어온다는 겁니다."

A씨는 산업단지 규제를 받지 않는 자신의 회사 수도권 공장 내부에는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고 유명 패스트푸드점도 즐비하다고 했다.

"이뿐만 아닙니다. 저희 회사 수도권 공장에는 최고의 병원과 치과, 한의원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구미 공장에는 병원이 못 들어옵니다. 병원도 장사인데 국가가 돈 들여 조성한 국가공단에는 장사꾼이 못 들어온다는 겁니다."

A씨는 이런 상황인데 어느 누가 지방에 남으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수도권의 우수한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오지는 못할망정 지역의 우수한 젊은이라도 수도권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분하고, 재미없는' 공장에 누가 남으려 하겠습니까? 수도권보다 규제가 획기적으로 적어져야 합니다. "

A씨의 이야기 보따리 속에는 너무 많은 '규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서비스 사원들 교육을 위해 '서비스 아카데미'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관계 공무원이 안 된다고 달려왔어요. 원칙적으로 산업단지에 교육시설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교육시설이 들어오면 결국 '무도장'까지 차려질지 모른다고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해요. 정말 상식 이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씨는 한탄했다.

A씨처럼 "규제를 제발 좀 풀어달라"는 기업인들의 호소는 '이색 이벤트'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각종 규제로 고통받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원이 제기되기 전에 스스로 법령을 연구하고 부당한 현장 사례를 찾아 나선 중앙부처 공무원 12명을 최근 표창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무원 포상은 많았지만 정책과 행정 수요자인 기업의 평점을 토대로 우수공무원, 특히 규제개혁 관련 공무원을 선발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들은 상사의 지시나 민원과 여론에 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규제개혁 과제를 찾아나서 해결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 표창 대상에 선발됐다.

이런 공무원들이 12명이 아니라 120명, 1천200명, 1만2천명이 될 때 대한민국 경제에 봄이 온다. 특히 지방에 이런 공무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보다 더 단단한 모습으로 꽁꽁 얼어붙어있는 지역 경제에 봄이 온다.

최경철(차장)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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